LG화학과 롯데 화학 계열사들이 국내 최대 배터리 행사 ‘인터배터리 2025’에 출격해 최신 이차전지 소재를 선보였다. 화학 산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7일 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전방 시황 악화로 적자 전환했다.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공급 과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 상승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화학사에게 원가 상승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는 롯데 화학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영업적자만 약 9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자회사의 지분을 활용해 지금까지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융통했다.
중국은 물론 중동 국가의 물량 확대에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 따라 국내 화학사들은 이차전지 등 첨단 소재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학은 인터배터리 2025에서 전구체 프리 양극재(LPF)를 공개하며 국내 최초로 양산 사실을 밝혔다. LPF 양극재는 전구체를 따로 만들지 않고 맞춤 설계된 메탈에서 바로 소성해 양극재를 만드는 방식이다. 저온 출력 등에서 성능이 개선되고, 새로운 전구체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LPF 양극재를 사용할 경우 전구체 생산 확대 시 투자비 감축과 전구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및 탄소 배출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는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롯데인프라셀까지 동시에 참가해 총력전을 펼쳤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전시회에서 분리막용 소재 및 전해액 유기용매와 프라이머 코팅액을 선보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 하이앤드 동박과 LFP(리튬인산철)용 양극화물질을 공개했으며, 롯데인프라셀은 고품질 알루미늄 양극박과 셀파우치를 전시했다.
롯데 화학군은 리튬이온 배터리용 핵심 소재와 그간 쌓아온 스페셜티 기술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관련 고기능성 소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배터리 폐막…성황리 개최, 국내 배터리 3사 기술 약진
올해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5는 역대 최대규모로 688개사 2330개 부스가 참가했다. 사전등록인원도 약 5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7%나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인터배터리에 참가해 차세대 기술력을 선보이며 고객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대표 배터리사들은 이번 행사에서 첨단 기술력을 공개하며 중국 배터리사들의 공세에 준비를 맞췄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46파이 시리즈(4680·4695·46120)’ 셀 라인업을 공개했다. 46파이 시리즈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출력을 5배 이상 높일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해 “중국 업체도 열심히 잘 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역사를 써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 증거가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IP(지적재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과 더불어 초급속 충전(잔량 8%→80%까지 9분 충전), 초장수명 배터리(20년 수명) 등 차별화된 기술을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과 무음극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온은 냉매가 배터리 셀과 직접 접촉시켜 온도 상승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액침냉각 기술을 전시했다. 또 무선 BMS(배터리관리시스템)를 결합해 액침냉각 성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무선 BMS는 배터리 셀 탭에 무선칩을 부착하고 모듈 안테나를 통해 정보를 전송하는 기술로, 기존 BMS의 구조 복잡성, 공간 효율 저하, 냉각 성능 저해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
박기수 SK온 R&D(연구개발) 본부장은 액침냉각 기술 완성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액침냉각 기술은 냉각 성능이 아주 우수해 급속 충전에 매우 유리하다”며 “SK엔무브와 협력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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