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하루 아침에 뒤통수를 맞으니 너무 억울합니다"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에 입점한 커피전문점 30대 가맹점주는 올해 1월부터 판매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당초 홈플러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난 4일 대금 정산일이었지만, 법적으로 묶이면서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홈플런 이즈 백' 당시 물량이 소진되면서 가맹본사에 발주를 넣어야 하지만, 판매 대금이 지급되지 않아 지인과 가족에게 급전까지 빌렸다. 그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 할인 행사가 진행되는데, 그 때까지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본사에서는 차라리 매장을 닫으라는 말까지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6일 오후 찾은 홈플러스 매장은 방문객들이 가득했다. 오는 12일까지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쇼핑에 나선 소비자와 매장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뚜렷했다.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판매 대금 정산이 밀리면서 카드가 연체됐다"며 "많든 적든 판매 대금을 받아야 물건값과 관리비, 알바비, 생활비까지 낼 수 있는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으로 인해 제 금융권 연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의 입점 업체가 영세 소상공인들인데, 이번 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5일 입점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1월 1일~2월 11일 매출분은 법원과 의논해야 하고, 2월 12일~2월 28일은 3월 중순경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또 지난 5일부터 매출은 4월 말 입금하겠다고 알렸다. 1월부터 밀린 대금은 사실상 무기한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커피전문점 가맹점주는 "미리 이야기를 해서 돈을 빌릴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어떻게든 해결했을 텐데, 회생에 들어간 지난 4일 날 문의했을 때는 확인 중이라고만 하고 답변이 없었다"며 "중간중간 본사에서 연락을 해오는데, 대금을 언제 주겠다는 확신도 없고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입점 업체는 외부업체 카드단말기로 교체해 사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동안 홈플러스 단말기로 결제해 홈플러스 매출로 집계된 뒤 다음 달 말 대금을 정산받았지만, 매출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외부업체 단말기를 따로 설치한 것이다.
소비자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날 매장을 찾은 30대 여성 방문객은 "근처에서 가장 큰 매장 중 하나인데 최근 회생 이슈가 들려와서 안타깝다"며 "집과 가까워 자주 찾던 매장인데 사라지게 되면 많이 불편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입점업체 한 직원은 "어제 매장을 방문한 고객 중 한 분이 상품권을 다 써야 하는데 언제까지 영업하는 거냐고 물어보셨다"면서 "매장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니 불안해하는 고객들이 많아져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담담하게 자리를 지키는 홈플러스 직원들도 많았다. 과일코너에 있던 홈플러스 직원은 "그래도 아직 행사를 하고 있어서 여전히 사람은 꽤 있다"며 "직원들은 크게 심각성을 느끼진 않고, 잘 해결될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홈플러스 직원은 "아직까지는 매장 재고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소식을 듣고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사태와 관련해서 물어보니 윗선에서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믿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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