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 조선업체에 미 해군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맡기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 해군부는 올해 최소 5~6척의 비전투함을 국내 조선업체에서 정비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향후 10척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이 자국 해군력 증진을 위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보다 빠르고 넓은 수혜가 기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 해군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방위사업청을 통해 국내 조선사에 MRO 사업 수주를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유지·보수·정비가 필요한 함정에 대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방산업체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 해군 군함 2척의 MRO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을 수주한 한화오션은 '월리 시라함’의 정비를 마치고 이달 중순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미 해군은 이를 토대로 한국의 정비 역량을 평가했고 결과에 만족해 추가 MRO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밝혔다.
미 해군은 연 10척의 군함 정비를 한국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맞춰 가용 설비를 확보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의 4, 5도크를 활용해 상가 정비를 진행하는 슬롯을 배정했으며 올해 2~3건의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MRO 및 함정 신조 물량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 옥포 조선소 내 수상함 및 잠수함 건조가 가능한 다목적 조립공장 신축에 착수했으며 올해 10월 가동 목표다. 한화오션은 올해 MRO 사업 5~6건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미 해군의 연간 MRO 사업 규모는 약 20조 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시장 개척 기회로 평가된다. 현재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 논의 중인 군함은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함이지만, 향후 정비 비용이 큰 전투함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 상원이 해군 군함을 동맹국에서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한국 조선업체가 미 해군의 신규 함정 건조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 방한을 검토 중인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군함 건조 등 국내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주요 의제로 들고 올 전망이다.
미 해군은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대응해 2054년까지 보유 함정을 381척으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30년간 364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해야 한다. 미국이 '조선 강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서두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자연스럽게 건조 사업으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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