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포비아(공포감)’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납품 대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납품사 이탈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규모 점포 폐점과 구조조정 가능성도 커지면서 가맹점주의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는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두 세배 길다. 이마트는 평균 25일 내외, 롯데마트는 20~30일이다. 당장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지만, 롯데칠성, 팔도, 동서 등은 여전히 납품하지 않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납품사 이탈이 가시화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전자업체와 식품업체 등 홈플러스 납품사 간담회를 계획했다. 그러나 간담회는 홈플러스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열리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정상적인 영업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납품사들은 물건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홈플러스가 납품 대금 지급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000억~3500억원이 지출되고 임직원 월급은 560억원씩 매달 나간다. 가맹점주(테넌트)에 정산하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채무조정대상 금융채권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이다. 대금 정산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영업도 지속하기 위해선 현금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영업력이 약화하면 현금 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현재 가용현금 잔고가 약 3000억원, 이달 영업활동에 따른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일반 상거래채무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홈플러스 가맹점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개최한 ‘홈플러스 노조 및 점주 긴급 간담회’에선 대규모 점포 폐점, 노동자 고용불안, 가맹점주 생존권 위협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가맹점주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홈플러스가 악마화되고 소비자 발길이 끊기거나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피해를 보상받고, 불합리한 지급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시장 신뢰도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상품을 매장과 온라인에서 현금 판매하기 때문에 대규모 외상매출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대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홈플러스는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평가된 부동산 자산만 4조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금융 부채(2조원)보다 자산이 많은 기업으로 회생절차를 통해 금융 채무 부담이 경감되면 한 달에 1000억원 이상의 잉여현금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에도 정상 영업은 지속되고 상거래 채무에 대해서도 정상 변제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홈플러스의 재고 확보 등 정상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영업력에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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