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했다. 올해 기업들은 '주주환원 확대'와 '이사진 개편'을 주총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주주환원 정책뿐만 아니라 장기적 차원의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을 병행, 지속 성장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10일 재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14일 기아·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19일 삼성전자, 20일 현대차·포스코홀딩스, 24일 롯데쇼핑, 25일 LG전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아모레퍼시픽·하나금융지주 등이 차례로 주총을 연다.
특히 26일은 수퍼 주총데이다. SK텔레콤·대한항공·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날 주총을 연다. SK하이닉스는 27일, SK이노베이션은 28일 각각 주총을 진행한다.
■주주환원 확대…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잇따라
올해 주총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줄어든 대신, 기업들이 스스로 주주 친화적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하고, 이 중 3조원을 이미 매입해 전량 소각했다.
현대차는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으며, 최소 배당금 1만원을 보장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주요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는 4000억원, KB금융지주는 5200억원, 신한금융지주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 주주환원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며, 셀트리온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함께 총 1537억원 규모의 현금 및 주식 배당안을 준비 중이다. 수년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 온 HD한국조선해양은 주총에서 주당 5100원의 현금 배당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장 3연임 요건을 기존 보통결의(참석 주주 과반 찬성)에서 특별결의(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로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와 함께 자기주식 2%를 소각하기로 했다.
■재계 총수 이사진 복귀도 관심사
주총을 통해 총수의 이사회 복귀를 예고한 기업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주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7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의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법률·투자·회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AI 시대 대응을 위한 '기술 전문성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GIO의 복귀는 네이버의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고도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를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년 만에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실적난에 빠진 롯데그룹 유통 사업을 반등시키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는 지난 2020년 3월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임계를 낸 지 5년 만이다.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이 그룹의 한 축이기에 책임지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차원"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편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법 리스크 영향으로 인해 등기이사 복귀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전문성 갖춘 이사진 합류도 주요 관전 포인트
글로벌 경영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의 합류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내·사외이사 신규 선임과 자사주 매입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신규 사내이사로 내정된 인물은 전영현 DS(반도체) 부문장과 송재혁 DS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다. 사외이사로는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이혁재 서울대 교수가 내정됐다.
신규 사내·사외이사 3인이 모두 반도체 전문가로 꾸려진 셈인데, 이는 기존 사업에 대한 전문성 강화는 물론 AI 관련 신사업 추진을 위한 토대 마련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계열사들은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보다는 교수, 기업인 등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책임경영 기치와 궤를 함께하는 움직임이다.
SK㈜는 26일 주총에서 이관영 전 고려대 연구부총장과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에 선임하며, SK이노베이션은 공성도 전 GE에너지코리아 대표, SKC는 정현욱 전 램리서치코리아 전무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뽑는다. SK가스의 경우 NH투자증권 대표를 지낸 금융투자 전문가 정영채 메리츠증권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에 올려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주총 시즌은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줄어든 가운데,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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