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수년내 수십조원 시장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이 험난하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MASH 치료 후보 물질을 연이어 반환하고 있고 임상에서도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상 시험서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하는 치료제가 늘어나고 있어 MASH 정복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독일 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유사 펩타이드(GLP-1)와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21(FGF21) 이중작용항체인 'BI3006337(YH25724)'의 기술 반환을 통보받았다. 이번 기술 반환의 이유는 베링거인겔하임 측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상 결과 등 약물 자체의 문제는 없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해당 후보 물질에 활용된 GLP-1과 FGF21 병용요법이 간 질환 개선에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고 해당 물질의 표적 호르몬인 FGF21의 단독 효능제를 개발중인 '아케로 테라퓨틱스'도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추가적인 기술이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한양행의 MASH 신약후보물질 반환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10월 길리어드는 유한양행에 MASH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이전 계약 해지와 함께 개발 권리를 반환했다. 동아제약의 신약 개발사 동아에스티도 2016년 미국 제약사 토비라에에 '슈가논'을 MASH 치료제로 수출했지만 2017년 반환됐다. 동아에스티는 자체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해 유효성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중 글로벌 임상 2상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많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MASH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MASH의 발병 요인이 워낙 다양해 환자들의 약물 반응이 제각각인 특성이 개발의 난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미국 화이자는 2023년 12월 MASH치료제 '다누글리프론'가 임상2b상에서 높은 이상반응 발생률을 나타내고 50% 이상이 치료를 중단해,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셀론서팁'도 개발이 중단됐다. 길리어드는 이 후보물질을 활용해 MASH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했지만,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개발을 멈췄다. 애브비 또한 '아세라팁'의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과 간세포 손상이 동반되고 심하면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환이다. 과체중, 비만, 당뇨병, 고콜레스테롤 환자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전 세계 유병률이 2~4%에 달한다. 그간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혈당을 조절하는 치료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미국 제약사인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레즈디프라(Rezdiffr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낮은 반응율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약은 지난해 1억8010만달러(약 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사용 환자 수만 1만1800명에 이르렀다.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71억원에서 오는 2026년 6조7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33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MASH 치료제 시장은)마드리갈의 제품보다 세련된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쉽게 허들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GLP-1과 글루카곤(GCG) 등을 병용하는 것이 단독 제품보다 지방간 개선 효과가 더 크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한양행·한미약품·동아에스티 등은 병용 요법을 쓰는 M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