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부진에 빠진 배터리 업계가 유럽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연초부터 순조롭게 출발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자동차 산업 지원 액션플랜(행동계획)까지 내놓으면서 국내 업체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 전기차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내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회복했다.
최근 유럽 시장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1월에 이어 2월에도 19%가량 이상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특히 순수전기차의 경우 판매량이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은 2025년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오는 2026년 이후에는 배터리 원가 절감과 신차 출시 확대가 맞물리며 새로운 성장 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이 자동차 부문 산업과 관련한 행동계획(액션플랜) 카드를 꺼내든 점도 K-배터리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EU는 지난 5일(현지시각) 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 등 외국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는 데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의 ‘유럽산 부가가치 비율’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다.
아울러 EU 집행위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 이외에 우회 수출에 대한 조사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 업체들로부터 수입되는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집행위는 “관세 회피를 위한 우회 수출 행위가 확인될 경우 ‘우회 방지 조사’를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 장벽이 있는 제3국 업체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 생산시설을 두고 관세 혜택을 받는 ‘꼼수’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EU는 반(反)보조금 조사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U의 액션플랜에 기대를 걸고 있다. EU 집행위는 향후 2년간 18억유로(약 2조80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제조업체의 생산라인 확대를 지원하고자 한다.
이 경우 현지에서 생산 거점을 다수 보유한 국내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EU의 액션플랜에 전기차 수요를 확대하고 역내 배터리 산업 활성화 방안이 담겼다”며 “EU 내에 생산 거점을 선점한 K배터리에 유리한 구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주요 배터리 관련 기업 수장들은 내년이면 전기차 시장 캐즘이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제품과 차세대 기술을 토대로 캐즘 이후 '슈퍼사이클'을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5일 개막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전기차 시장 캐즘이 상당히 지속돼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1분기나 상반기 정도가 조심스럽지만 저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6시리즈, 리튬인산철(LFP), 셀투팩(CTP), 고전압 미드니켈 등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와 경쟁 우위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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