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이후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 등으로 산업계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국내 홈쇼핑 채널은 뜻밖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전 세계 금(金)값이 치솟으면서 주요 홈쇼핑사들이 판매하는 실물 금에 대한 수요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오른 영향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최근 온스당 2900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금 관련 매출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국내에서는 각종 홈쇼핑 채널들이 뜻밖의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온스타일, KT알파 등 국내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최근 진행했던 순금 상품 판매에서 대부분 세 자릿수 매출 증대를 이뤄냈으며, 순금 관련 방송 편성을 늘리거나 금고 등 관련 제품군으로 판매 품목도 확장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CJ온스타일이 지난달 약 2주간 TV라이브 채널을 통해 선보인 골드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0%까지 급증했다. 특히 ‘삼성금거래소 24K 포나인 골드바 30g’은 6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임에도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500개가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연초부터 지난해 중순까지 금 관련 액세서리 주문금액이 전년 대비 130% 뛰었다고 밝혔다. 올해 24K 순금 관련 상품 편성을 전년 대비 20% 확대하자 순금 주문액도 3배 급증해 3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NS홈쇼핑도 금 판매 방송에서 232%의 판매 달성률로 총 14억4000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으며, KT알파 역시 지난달 2회에 걸쳐 진행한 24K 순금 주얼리 판매방송에서 각각 주문금액 5억7000만원, 7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삼성금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금 자체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기 때문에 상품 구성을 굳이 바꾸지 않고 동일 형태로 방송을 진행하더라도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을 중요 자산으로 여기는 세대와 홈쇼핑 채널의 주요 시청층이 일맥상통한다는 점도 이 같은 호재에 큰 몫을 했다. 실물 금에 대한 재테크 수요는 2030 세대보다 여전히 5060 중장년층에서 더 높기 때문에 홈쇼핑 채널을 통한 금 판매가 시너지를 낸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올해 금값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온스당 3000달러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역시 올 연말 금값 전망치를 31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당분간 금 제품을 위주로 한 방송 편성을 늘리고, 밀려드는 수요 대비 원활한 유통을 위해 골드바 물량 확보에 사활 건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030 젊은 층도 편의점 자판기를 통해 골드바를 구매한다고 하지만, 실물 금에 대한 수요는 과거 ‘금 모으기’ 운동을 경험한 중장년 세대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며 “홈쇼핑에서 금을 구매할 경우 무이자 할부가 24개월까지 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당분간 금 판매 방송 편성을 늘리고 골드바 물량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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