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미래를 책임질 '오너 3세(구본혁·구동휘·구본규)' 체제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상법개정'이 돌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중복 상장' 발언이 논란을 키우면서 상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상법개정이 이뤄지면 향후 LS그룹 계열사들의 IPO(기업공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오너가 3세 입지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3일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에서 주주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재상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법안 통과를 강행했지만 이해 관계가 상충하며 불발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총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존 상법 제382조의3에서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변경됐다. 또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등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자본거래로부터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중복상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간 국내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고 쉬운 자금 확보 수단으로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등을 활용해 왔다.
중복상장은 핵심 자회사를 분할해 별도로 상장하는 방식으로 분할된 회사는 하루아침에 빈껍데기만 남은 회사로 전락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기존 소액주주에 손해를 끼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늦어지는 사이 소액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두산과 HD현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한국의 주주 보호에 대한 낮은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발언으로 논란에 불을 지핀 상태다.
구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현장에서 LS그룹의 중복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왜 자꾸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중복상장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논란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투자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방법이 제한적이지 않으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어 “작은 회사들이 성장하려면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투자자들을 자극하며 LS그룹에 대해 잇따라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발언으로 향후 '3세 경영'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개정안 통과가 현실화될 경우 계열사 상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오너가 3세들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S그룹은 LS일렉트릭 자회사인 KOC전기와 미국 지사 슈페리어에식스의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인 LS이링크도 올해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며, LS전선에서 하네스 및 모듈 사업부문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된 LS이브이코리아도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 LS MnM, LS엠트론 등도 차기 IPO 기업으로 꼽힌다.
LS그룹이 이처럼 줄줄이 상장하는 배경 중 하나로 계열분리를 꼽는다. LS는 그간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LG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셋째), 구평회(넷째), 구두회(다섯째) 등 삼형제의 자녀들이 각각 회사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2대까지는 세 형제의 장남이 9년씩 번갈아 가면서 LS그룹 수장을 맡아 이끌었다. 현재는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회장이 3대 회장직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임기는 2030년까지 예상되는데, 향후 5년이 후계자 또는 LS그룹의 경영 방향을 정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30년에 맞춰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S그룹은 LG그룹에서 LIG, LX, LF, 아워홈 등 함께 계열 분리된 전례가 있다. 계열분리는 자회사를 상장한 뒤 사촌 간 지분스왑이나 매각 등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자회사를 상장하면 그룹 전체의 몸값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주식 교환 작업도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은 LS그룹의 걸림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중복상장은 외국에서 찾기 힘든 고질적인 문제"라며 "경영자 입장에서는 투자금도 없이 소액주주 돈으로 자금을 확보해 경영권을 지키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영분리가 아닌 사촌경영이 이어질 경우 3세들의 경영 시험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3세 중 차기 후계자로 가장 앞선 인물로 구동휘 LS MnM 대표가 꼽힌다. 구동휘 대표는 1982년생으로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회장(1977년), 구본규 LS전선 대표(1979년)보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장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태회 명예회장-구자홍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남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그룹을 승계해야 하지만 구본웅 대표는 LS그룹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구자홍 일가는 LS 지분까지 정리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
이에 LS가는 '구평회-구자열-구동휘'로 장자 구도가 옮겨진 상태다. 3세 가운데 LS지주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구동휘 대표다.
구동휘 대표 지분율은 2.99%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구본혁(1.27%), 구본규 대표(1.16%) 순이다. 구동휘 대표가 이끄는 사업도 승승장구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이끌며 LS그룹내 매출 비중도 35%에 달하는 등 다른 계열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후보들도 마냥 손놓고 있지 않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구본규 대표는 LS그룹 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남인 구본규 사장은 1979년생으로 미국 퍼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LS전선 미국법인에 입사한 후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이어 계열사들을 거쳐 2022년 초 LS전선 CEO(부사장)를 맡으면 본격적으로 사업 진두지휘에 나섰다. 이후 LS전선 실적은 뚜렷한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구본규 대표 취임 전인 2021년 LS전선 매출은 5조85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 2023년 6조2171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도 2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가량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입지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본혁 부회장은 LS그룹 오너 일가 3세 중 처음으로 부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그는 2014년 별세한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으로 LS전선 해외영업부문에서 경력을 시작해 사업전략팀, LS MnM 중국사업부장 등을 거쳤으며 2020년부터 예스코홀딩스를 이끌어왔다.
일반 지주회사였던 예스코홀딩스를 투자형 지주회사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며 그룹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스코홀딩스는 '2030년 자산운용 규모 1조원, 기업가치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해외 초대형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에도 한국 정부에 속았다. 대한민국 금융정책은 대단히 신뢰하기 어렵다. 투자자 보호 없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과연 가능한가'라고 질문한다"며 "대기업들은 여전히 효율적 자본배치에 따른 기업가치 창출보다는 지배주주 중심의 '사세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상법 개정은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상법 개정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바닥권인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8배 PER, 0.96배 PBR), 대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폭락해 10% 미만으로 추락한 MSCI 개발도상국(EM)지수 내 비중이 정상화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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