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앞으로 국적 항공사가 신규 도입하는 항공기는 전력 공급 중단 상황에 대비해 블랙박스에 전력을 보내 줄 보조전원장치(RIPS·record independent power supply)를 의무 장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보조전원장치 장착 확대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사고가 난 제주항공 항공기는 충돌 직전 마지막 4분가량 블랙박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 항공기는 보조전원장치가 없었다.

RIPS는 항공기 전원 동력이 정지되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항공기의 2가지 블랙박스 중 CVR에 10분 내외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다. 다른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는 비행경로와 엔진 출력 등을 기록하는데 항공기 전원이 꺼지면 기록할 데이터 자체가 생성되지 않아 RIPS를 달지 않아도 된다.

국토부 고시인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 기준을 오는 8월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2018년 1월 이후 최초 ‘감항 증명’을 받은 항공기, 즉 2018년 이후 제작된 항공기만 RIPS 장착이 의무화돼 있다. 앞으로는 그전에 만들어진 항공기라도 국적사가 운용을 위해 들여온다면 RIPS를 반드시 장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보조전원장치가 없는 기존 항공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수억 원 비용이 들고 기술검토 등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임차기는 소유자 동의가 필요하고 반납 시 원상복구 등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반영했다. 다만 국토부는 RIPS 장착 여부를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의 안전성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미장착기는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장착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외국 항공사의 항공기에 대해서는 국제분쟁 소지를 우려해 제외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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