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군사기밀을 유출한 방산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줄줄이 입찰에 참여한다. 이들 업체는 ‘감점 페널티 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경쟁입찰을 준비하거나 수의계약을 염두해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청의 특정 업체 편들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단됐던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 사업이 재추진된다. 40년 이상 사용된 K-1A를 성능이 개선된 기관단총으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2027년까지 총 654억 8300만원을 투자해 1만 6000정의 신규 기관단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0년 6월 다산기공을 사업 우선 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했었다. 하지만 다산기공의 군사 기밀 유출이 적발되면서 방사청은 다음 해 계약을 취소했다. 다산기공의 전 임원이 군의 작전 요구 성능(ROC) 등의 군사 기밀을 빼돌려 다산기공에 넘기고 금품을 받았다. 방사청은 다산기공에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 페널티’를 줬다. 지난해까지였던 시효가 끝나자 방사청은 올해 상반기 입찰을 재공고할 예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반영돼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다산기공이 입찰에 참여한다면 SNT모티브와 경쟁입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체는 방사청이 경쟁입찰을 위해 처벌시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기밀 유출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약을 염두해 둔 사업도 있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사업이다. KDDX는 2013년부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갈등이 불거진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한 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해 회사 내부 서버를 통해 공유한 것이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그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보안 규정에 따라 방사청 사업 입찰 때 부과하는 보안 감점(-1.8점)은 2025년 11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선도함의 수의계약을 자사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수의계약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석 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기존에 해왔던 방식(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이 설계 연속성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방사청은 이달 17일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수의계약이든 경쟁입찰이든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수의계약을 결정해놓고 형식만 갖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사청은 지난해 7월에도 사업분과위를 열어 수의계약 방식을 결정하려고 했으나, 도덕성 이슈가 불거지자 방사청은 결정을 늦췄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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