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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산업썰전] 호반산업의 LS전선 지분 인수 목적은 '경쟁사 흔들기'...상법개정은 '날개'
    김국헌 기자
    입력 2025.03.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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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오른쪽) 구자은 LS그룹 회장. [그래픽=중앙이코노미뉴스]
(왼쪽)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오른쪽) 구자은 LS그룹 회장. [그래픽=중앙이코노미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호반산업이 LS 지분 약 3%를 매입하면서 그 의도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호반그룹 산하 호반산업이 갖고 있는 대한전선과 LS그룹 산하 LS전선의 법적 분쟁이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 3%를 매입한다는 것은 의도적인 '경쟁사 흔들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을 치르고 있는 경쟁사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서 향후 LS그룹 경영구도에 영향을 끼치기 위함이란 것이다. 더욱이 13일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 상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통과되면서 이같은 호반그룹의 LS 흔들기는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산업 1000억원 들여 LS 지분 3% 확보...엿보이는 경영개입 의도


14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 산하 호반산업은 최근 KB증권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LS 지분을 사들여 3% 정도의 지분율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LS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상장 자회사인 LS전선 지분을 92.3% 보유하고 있다. 호반그룹의 주력회사인 호반건설은 2023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으로 1조원 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호반산업은 5300억원 가량을 갖고 있다.이번에 LS 지분을 매입한 회사는 호반산업으로 약 1000억원을 투자해 LS 지분 3%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산업은 자회사로 2021년 인수한 대한전선을 두고 있다. 

호반그룹 측은 케이블 등 전력 사업 업황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미래 성장을 내다본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전력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면 호반그룹이 보유한 대한전선의 생산능력을 늘린다든가, 연구개발 투자비를 늘린다던가 하는 움직임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현금성 자산 5000억원을 들고 있는 회사가 1000억원을 들여 경쟁사 지분을 산다는 건 일반적인 상황에선 납득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호반산업의 LS 지분인수를 '경쟁사 흔들기'로 보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3%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기업의 장부나 서류를 열람할 수 있고,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을 요구하는 경영 간섭을 할 수 있다.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 등도 발동할 수 있다.LS전선 지분 92.3%를 보유한 모회사 LS의 지분을 3% 이상 확보하면서 주주로서 합법적으로 회사 정보를 취득하고, 경영개입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LS전선과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6년째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버스덕트(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2019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소송은 LS전선이 승기를 잡은 상태다. 이날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특허침해 항소심에서 “대한전선이 LS전선에 1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한전선이 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2022년 9월 1심 재판부도 LS전선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배상액이 1심(4억9623만원) 배상액의 3배 가까이 올랐다. 대한전선은 상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기술 유출로 인한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LS전선은 2007년 세계에서 4번째, 국내에서 최초로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전용 공장을 건설했다. 그런데 2022년 LS전선의 공장 건축 설계를 맡은 건축사무소가 대한전선의 첫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를 맡는 일이 일어난다. LS전선은 이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이르면 다음 달 피의자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LS전선은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막대한 배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 와중에 호반 측이 LS 지분을 매입한 것은 대한전선과 LS전선이 치열하게 특허소송을 벌이고, 기술유출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인 상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호반 측의 LS 지분 확보 이유를 단순 투자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메리츠투자증권 장재혁 연구원은 "상법상 지분 3% 이상 주주는 임시주총 소집, 주주제안, 이사·감사 해임요구, 회계장부 열람 등 경영에 일정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호반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이 순수한 재무적 투자 목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LS그룹 경영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고 밝혔다.

반그룹이 LS전선 M&A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은 상태지만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다. LS의 지분구조를 보면 구자은 회장을 비롯해 오너일가 지분이 32%에 달한다. 여기에 LS가 갖고 있는 자사주도 15%로, 합치면 거의 50%에 육박한다.3%를 사들이는데 1000억원을 썼으므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수준까지 사려면 단순계산해도 2조5000억원을 써야한다. 

그런데 호반그룹이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 재계 평가다. 호반그룹의 자산은 10조원 규모로 실탄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3% 지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분율을 늘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호반그룹이 3% 지분을 들고 경영 승계 구도에 뛰어들어 우호세력으로 붙게 된다면 지금의 사촌 경영 전통까지 깨뜨릴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호반산업의 LS 지분 인수의 목적은 경영 개입 확대와 기술 유출 사건 소송전에서의 유리한 고지 확보 등 '경쟁사 흔들기'로 보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법개정안 통과...호반 측의 LS 흔들기 "날개 단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일이 13일 또 터졌다. 바로 상법개정안 통과다. 호반 측의 LS 흔들기가 날개가 달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상법 개정안은 재석 279명 중 찬성 184명, 반대 91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여당과 재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이 차질을 빚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과도한 배당 요구, 경영 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 등이 빈번하게 돼 기업들이 온전히 경영에 전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어찌 됐든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상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 또한 커졌다. 행동주의 펀드들 뿐만 아니라 이번 호반그룹과 LS 사례처럼 한 회사가 경쟁사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에 개입해 망가트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 제기된 우려들처럼 3% 이상 지분을 확보한 호반그룹이 LS에 대한 소송을 남발하면 이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재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으로 거대 주주가 된 호반 측이 LS그룹이 시도하는 중장기적인 설비 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으로 딴지를 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한전선과 LS전선의 갈등은 호반그룹과 LS그룹의 '그룹사 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두 회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지면서 상대방을 부숴버리려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

하지만 상법개정을 등에 업고 경쟁사 지분까지 인수해서 경영 개입을 노린다는 것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의 차원을 넘어선 일이 아닐까.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중복상장이 문제라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라는 발언으로 주주들의 미움을 산 것도 문제지만 시장은 두 회사의 합리적 경쟁을 원하지, 여러 꼼수를 통한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호반 측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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