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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홈플러스, 제2 동양사태 되나…국회·금감원, 사기성 거래 여부 정조준
    입력 2025.03.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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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갑작스레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으며 금융권에 후폭풍을 야기한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가 점점 더 2013년 동양그룹 사태와 닮은꼴로 치닫고 있다. 채권 발행 직후 뒤따른 법정관리, 부채비율 1000% 이상의 재정위기, 투자자 피해와 법정 공방 움직임까지 유사한 모습들이 잇달아 확인되면서 결국 국회와 금융당국도 팔을 걷고 나섰다. 사기성 부정거래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쟁점은 ‘이미 회생계획이 논의 중인 상황에서 채권을 발행했는가’다.

연합뉴스

법조인 출신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오전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 "회생 서류 50여개를 준비하는 데만 한 달은 소요되는데 (법정관리) 일주일 전 일반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팔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과거 동양그룹 사태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오는 18일 국회 현안 질의를 앞둔 김 의원은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이미 법정관리를 준비하며 채권을 팔았다면 동양 사태처럼 사기성 부정거래에 해당하고, 형사고발도 불가피하다"면서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오로지 엑시트를 위해 투자자들의 희생을 예상하면서도 챙길 것만 챙긴 것인지 명확하게 따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동양 사태는 2013년 9~10월 동양그룹이 의도적으로 재무 위기를 숨긴 채 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 회사채를 대량 판매한 후 곧바로 주요 계열사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발생한 대규모 금융피해 사건이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제2 동양 사태'라는 평가가 잇따르는 이유는 먼저 채권 발행 직후 법정관리가 뒤따랐다는 점에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자, 이달 4일 새벽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으나,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5일 오후 신용평가사 실무담당자로부터 이러한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밝힌 상태다. 홈플러스 측이 언급한 지난달 25일은 홈플러스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이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마지막으로 발행한 날이다.

대주주가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모를 수 없을 정도의 기업 재무위기가 심각했다는 점도 닮았다. 한국신용평가가 홈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한 부채비율은 무려 1408.6%다. 이는 국내 상장사 평균(2023년 기준 108%)의 거의 14배이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 대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다. 동양그룹 역시 2012년 기준 부채비율이 1000%를 초과하는 등 심각한 재무위기 상황이었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사기성 CP 투자 피해자만 무려 5만명, 1조6000억원에 달했던 동양 사태처럼 이번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변제가 중단된 4019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ABSTB 가운데 개인과 법인 투자자에 소매 판매된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김 의원은 "상거래 쪽은 아직 피해가 없다곤 하나, 결국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자연히 법정 공방도 뒤따를 전망이다. 지난 12일 금감원 앞에서 열린 피해자 집회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 역시 홈플러스가 사전에 모두 알고서도 ABSTB를 발행했다고 주장하며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기업 회생을 논의한 첫 시점이 언제인지, 회생 계획과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알고서도 채권 발행을 강행했는지 등을 명확히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시장의 의혹대로 등급 강등, 회생 계획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면 과거 동양 사태처럼 사기적 부정거래로 법적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어프로치의 이병호 변호사는 "만약 홈플러스 경영진이나 MBK파트너스가 재무적 위기를 알면서도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채권을 지속 발행하도록 했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금감원 고위관계자 역시 "사기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와 함께 자기자본보다는 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LBO(차입매수) 방식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전날 오후 신영증권과 신평사 2곳을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한 데 이어, 필요시 MBK파트너스까지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적 부정거래를 비롯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언제든 착수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감원장은 금융시장의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관 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와 재산 상황을 검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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