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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리 가격 올라도 걱정 없다, 에스컬레이션 계약 덕분에
    입력 2025.03.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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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로 구리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국내 전선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계약 금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에스컬레이션(원가연동형) 조항’이 있어 실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셈이다.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앞으로 석 달 안에 국제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약 15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날 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이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맥스 레이튼 등 이곳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고객들에게 "미국 이외 지역의 원자재 부족 현상이 오는 5~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메일로 보냈다. 구리를 겨냥한 미국의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전에 구리를 미국으로 보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며, 미국 외 지역에선 구리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이라 설명했다.

구리 가격 급등은 전선 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입 계약 시 원자재 가격 변동을 계약 금액에 자동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있어 구리 가격이 올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션은 재료의 가격에 변동이 생기면 거래 대상이 되는 물품의 단가도 이와 동반해서 달리하기로 하는 조항이다.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이 각자 다른 높이의 계단에 서 있더라도 같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처럼, 재료 가격과 물품 단가가 함께 오르내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전선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거래 계약을 맺을 때 당사 간 합의로 이 조항을 반드시 계약서에 넣는다. 전선은 구리 등 원자재, 부자재 가격의 변동이 늘 심해,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기업 입장에선 제조 비용은 올랐는데 똑같은 가격에 팔아넘기면 막심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매하는 쪽에 그 부담을 일부 전가해 리스크를 분담토록 하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션 조항 덕분에 오히려 전선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계약금액에 자동 반영되면서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변압기 등 특정 제품에 관세를 매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구리에 대한 조치는 품목 관세"라며 "에스컬레이터 조항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매출액 증대 효과가 일어나고 기존에 확보해둔 구리의 자산 평가액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 조치를 잇달아 내놓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이 심하고 이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큼에 따라, 기업들은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변압기를 만드는 B기업 관계자는 "원자재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기 회의를 통해 가격 변동사항 등을 꾸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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