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 사내이사를 선임한다. DL그룹 전체를 통틀어 처음이며, 재계에서도 오너가(家) 출신이 아닌 여성이 경영진에 합류하는 드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단순한 성별 다양성을 넘어 디자인 전문가가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주거 공간이 단순한 건설을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차별화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DL이앤씨 역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정은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1978년생인 이정은 CDO는 세종대학교에서 미술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대림미술관 총괄 실장,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실장을 거쳐 2023년 9월 CDO로 선임됐으며, 같은 해 10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정은 CDO의 합류는 건설업계의 고착화된 ‘남초(男超) 문화’를 깨는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여성 임원들은 주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고, 사내이사로 발탁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이사 787명 중 여성은 25명(3.2%)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건설사는 한 자릿수에 그친다.
DL이앤씨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 사내이사를 선임한 것은 건설업계의 성별 다양성 확대와 경영 혁신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이사의무화 제도 도입 이후 여성 사외이사 선임 사례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내이사로 발탁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며 "유리천장이 두터운 건설업계에서 이같은 변화는 재계의 경영 다양성 확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정은 CDO의 사내이사 선임은 단순한 성별 균형을 넘어, 디자인 전문가가 직접 건설사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건설사 이사회는 주로 재무, 법무, 사업관리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차별화된 디자인 경쟁력을 요구하면서 건설사들의 변화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DL이앤씨의 디자인 중심 경영 전략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정은 CDO는 ‘아크로(ACRO)’ 브랜드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며, 회사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로 DL이앤씨가 최근 출시한 추가선택품목 브랜드 '디 셀렉션(D Selection)' 개발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DL이앤씨의 이사회 개편이 건설업계 전반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디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브랜드 전략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DL이앤씨의 이사회 개편은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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