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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위기 속 과감한 베팅"… 삼성SDI, 2조 유증 승부수
    이승연 기자
    입력 2025.03.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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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성SDI]
[출처=삼성SDI]

삼성SDI가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다. 실적 부진에 시장 불확실성도 커졌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겠다는 계산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상증자의 주식수는 1182만1000주로, 증자 비율은 16.8% 수준이다.

삼성SDI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미국 GM과의 합작법인(JV)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투자들은 아니지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GM과 함께 35억 달러(약 4조 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GM 전기차에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배터리 업계에서는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가진 업체들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가 현재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1공장을 조기 가동한 데 이어, GM과의 JV 투자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만큼 관세 리스크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헝가리 공장 증설도 필수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어 생산능력을 더욱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도 삼성SDI는 한발 앞서 있다. 2023년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뒤 지난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업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 확대가 중요한 포인트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5~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SDI가 과감한 결정을 내린 이유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SDI가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의 성장세가 다른 폼팩터(형태)보다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회복기를 준비해왔다. 2019년 1조 7000억 원이었던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 6조 600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작년 한 해만 1조 3000억 원을 쏟아부으며 3년 연속 1조 원을 넘겼다.

[출처=네이버금융 ]
[출처=네이버금융 ]

문제는 주가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7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지표가 흔들렸다. 2023년 매출은 16조 5922억원, 영업이익은 363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6%, 76.5% 줄었다.

삼성SDI는 작년 말 미국 에너지부(DOE) 대출 승인을 받아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 돈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투자에만 쓸 수 있어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유상증자는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면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삼성SDI 주가는 작년 초 40만원대에서 최근 20만원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국내 증시 평균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졌다.

게다가 지난 1월 말 “2027년까지 3년간 현금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주주들의 반감을 키운 상태다. 여기에 유상증자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유증 소식이 전해진 이날 삼성SDI 주가는 장중 6% 넘게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SDI의 승부수는 시간이 지나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 ‘캐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주주들의 불만만 커지는 결과를 낳을지는 앞으로의 시장 흐름이 결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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