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거듭 반대해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전례 없는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공급망 리스크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 속 노란봉투법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극한의 경영 압박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경제계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한목소리로 반발했다. 재계는 정부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가 특정 주주가 아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증가하고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무방비로 사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경영권 분쟁에서 더욱 취약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공식 논평을 통해 "경제계가 수차례 반대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된 것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설비 투자와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특히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외부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어 경영권 방어에 몰두하게 되면 기술개발과 시장개척 등 성장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될 경우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해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만들고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헌법적 위헌 소지도 있는 만큼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직접 규정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이번 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나 적대적 세력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비용이 급증할 것이며, 특히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제조업 분야에서는 주주 반대로 인해 경영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연달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이 최근 발의한 개정 법안은 기존 법안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요 요소로 지적돼 온 사용자의 무리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배상의무자의 귀책 사유와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배상의무자의 재정 상황과 지급 능력을 고려해 배상액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사용자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기존 법체계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재계는 이에 대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법안이 사유재산제도의 핵심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추진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을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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