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의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 대금을 자신의 사재로 출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반쪽짜리 보상’이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권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유동화증권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원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홈플러스가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단기채권 규모는 2075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3분의 1에 달했다. 또 나머지 3874억원 중 3327억원은 일반 법인에 팔렸다.
이처럼 채권 대부분이 대형 기관 투자자가 아닌 개인과 일반 법인에 판매됐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불완전 판매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완전 판매란 판매자가 금융상품의 투자위험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일단 MBK파트너스는 일련의 결제대금, 채권 판매 논란에 대해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김병주 회장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고,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와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계속되는 여론 악화에다 규제 당국까지 사태 해결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출연 규모를 밝히지 않은 데다 개인 투자자 피해에 대해 직접 언급한 내용은 없어 진정성에 대한 의문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6월 3일까지 법원에 채권단과 합의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장은 채권단의 불만만 불식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도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에 대해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김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조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 입장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당사 매입채무 유동화와 관련해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ABSTB 포함)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들은 아니지만, 변제에 대한 최종 책임은 당사에 있으므로 해당 채권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별도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가 이날 오전까지 지급한 납품대금·임대점포 정산금 등 상거래 채권은 3510억원어치다. 회사 측은 이번 주 안에 모든 주요 협력사와 납품 관련 합의를 마칠 것이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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