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위한 에이전트로 진화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최소 100배 이상의 컴퓨팅 파워가 요구된다"며 AI 칩 성장 전망을 낙관했다. 중국 딥시크 출현 이후 AI 칩 고가 논란이 촉발됐는데, 황 CEO는 추론 AI 시대의 컴퓨팅 파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세계 최초로 성능을 강화한 고대역폭메모리(HBM)4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 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GTC 2025 기조연설에서 "스케일 업(Scale Up·확장)"을 반복하며 AI가 추론과 행동 능력을 갖추는 데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컴퓨팅 성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날 블랙웰(2025년), 루빈(2026년), 파인만(2028년) 등 고성능의 차세대 AI 칩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해 AI 칩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AI 칩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한다. 기존 블랙웰보다 성능이 3배 이상 뛰어나면서도 데이터 처리 비용을 크게 낮췄다. 데이터 학습(훈련)과 이를 활용해 답을 내놓는 과정(추론)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블랙웰 울트라는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 고객사들을 통해 서버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에 탑재돼 출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2026년 하반기에는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을 출시한다. 루빈은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칩인 블랙웰보다 성능과 효율성을 더욱 끌어올린 제품이다. 이보다 더 진화한 '루빈 울트라'는 2027년 이후 등장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물리학자 이름을 딴 AI 칩 '파인만'도 개발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개인이 노트북에 직접 연결해 AI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DGX 스테이션'을 공개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AI 전용 소프트웨어 '다이나모'도 선보였다.
황 CEO는 AI가 실제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알파벳(구글)의 AI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와 협력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딥마인드와 개발한 새로운 물리 엔진 '뉴턴'을 공개했다. 뉴턴은 로봇이 실제 환경과 똑같이 작동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칩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는 이유는 중국 AI 기업 딥시크를 포함한 경쟁사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확실히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을 앞세워 AI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인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컴퓨팅 파워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성능을 수백 배 높이고 비용을 더 낮춘 차세대 칩으로 맞설 계획이다.
엔비디아 전략에 발맞춰 AI 메모리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차세대 HBM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고객사들에 공급하며 또다시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나갔다.
HBM4 12단 제품은 속도와 용량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현행 HBM3E 대비 속도가 60% 이상 빠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HBM4 제품 양산 준비를 올해 하반기 내 마무리하고,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엔비디아가 HBM4를 탑재한 AI 칩 '루빈 울트라'를 통해 블랙웰 울트라 대비 속도를 최대 14배 높일 방침이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역할도 더 커질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수요가 늘어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의 수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선 SK하이닉스 부사장(AI사업본부장)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HBM4 샘플을 공급한 만큼, 앞으로 인증 및 양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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