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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③"텐덤 셀은 태양광 게임체인저…한화솔루션이 시장 주도"
    입력 2025.03.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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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편집자주한국 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무역 갈등이 겹쳐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할 열쇠는 결국 기술이다. 기술은 기업의 생명줄이자 존재 가치다. 기업들이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CTO들은 단순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을 분석해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가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주요 기업의 CTO들을 만나 각 산업이 주목하는 핵심 기술과 차별화 전략을 들어봤다. 주요 기업의 기술 전략을 통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모색한다.

"고효율 탠덤 셀은 태양광 시장의 ‘게임체인저’입니다.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주도해나가야죠."

김기홍 한화솔루션 큐셀 탠덤 상업화 태스크포스(TF) 담당(상무)은 최근 서울 장교동 한화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탠덤 셀을 양산하면 제품 효율이 기존 실리콘 셀보다 훨씬 개선된다"며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 판세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기홍 한화솔루션 큐셀 탠덤상업화 테스크포스(TF) 담당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탠덤 셀은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셀의 줄임말이다. 실리콘 셀 위에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얹어 제작된다. 서로 다른 영역 대의 빛을 흡수하는 태양전지를 적층해 발전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세대 전지다. 고효율 탠덤 셀이 상용될 경우 약 15%의 전력을 더 생산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경제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온도와 일사량 변화에 따른 출력 변화 폭이 작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탠덤 셀은 더운 기후나 흐린 날씨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한화큐셀이 탠덤 셀 개발에 주력한 건 태양광 모듈 시장이 중국산 범람으로 현재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저가로 공략하는 중국 메이커들조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담당이 탠덤 셀을 ‘게임체인저’로 부른 이유다.

한화큐셀은 양산에 적합한 규격의 탠덤 셀을 내놓은 상태다. 회사가 자체 개발해 직접 제작한 M10 사이즈 탠덤 셀은 28.6%의 발전효율을 기록해 국제적 인증 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 시스템연구소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연구용 소면적이 아닌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듈에도 적용 가능한 대면적 규격의 탠덤 셀을 제작해 제3자 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김 담당은 생존을 위해선 기술 리더십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갑자기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금을 중단하거나 미국의 관세 정책이 완화되는 등 변화가 생기면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까지도 침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4월 대구에서 열린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한화큐셀 전시 부스에 한화큐셀이 자체 개발하고 제작한 탠덤 셀이 전시되어 있다. 한화솔루션 제공

김 담당은 "페로브스카이트를 비롯해 해당 제품에 쓰이는 자재들은 지금껏 양산되지 않은 제품들이 많다"며 "그런 자재들을 자체적으로 대량 생산하거나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술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화학공학이나 재료공학 전공 연구원들이 모였고 그 후엔 태양전지를 양산해본 경험이 있는 연구원들이 추가로 합류했다. 또 대량 생산을 준비하는 시점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다른 유사 기술의 상업화를 해본 개발자들도 함께 머리를 맞댔다.

김 담당도 과거 태양 전지를 양산·개발한 경험을 살려 탠덤 셀 양산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초기 연구원들은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소에 있다가 기업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양산화나 대량생산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김 담당은 "처음에는 수분에 취약한 특성을 해결해보고자 발수 코팅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물에 넣자마자 망가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연구 초기 과정을 떠올렸다. 그는 "탠덤 셀의 상부와 하부 셀을 각각 잘 만들어놨는데, 막상 합치고 보니 효율이 떨어져 버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의 셀 연구에는 독일 탈하임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도 참여한다. 독일은 차세대 태양광 개발 연구가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그간 축적된 기술과 우수한 인력이 풍부해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한화큐셀은 오랜 기간 탠덤 셀 연구개발을 거쳐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셀과 모듈 성능, 양산을 위한 핵심 공정 설비 내재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기홍 한화솔루션 큐셀 탠덤상업화 테스크포스(TF) 담당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시장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가정용 에너지 솔루션이 많이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한국과 달리 단독주택이 주요 주거 형태이기 때문에 가구별로 마당이나 창고에 7~8개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할 수 있다. 김 담당은 "현재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공장 두 군데에서 온전하게 모듈 제품을 생산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의 궁극적인 목표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다. 모듈을 제작하고 공급하던 역할을 넘어 가정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잉여 에너지를 저장한 후 다른 곳에 판매하는 단계까지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용 홈 에너지 솔루션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원격 서비스로 진행할 방침이다. 김 담당은 "가정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소비자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자로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면서 "기존 업체들은 중국산 모듈을 구매해 홈 에너지 솔루션을 만드는데, 한화큐셀은 직접 모듈까지 제작해 양질의 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 약점을 파고들어 고객들로부터 선택받겠다는 전략도 소개했다. 김 담당은 "중국 업체와 단순히 모듈로 1대1 싸움을 하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다"며 "토탈 에너지 프로바이더로서 중국 회사들이 잘하지 못하는 AS나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 기존 모듈보다 20% 이상 출력을 내는 효율적인 기술로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홍 한화솔루션 큐셀 탠덤 상업화 테스크포스(TF) 담당(상무) = 2010년 한화케미칼솔라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해 2014년 한화큐셀 중국공장 셀 개발팀장 및 말레이시아 공장 뉴 웨이퍼 프로젝트 기술팀장,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큐셀 독일 R&D센터 상업화 개발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화솔루션의 R&D 임원으로 탠덤 태양전지 상업화 개발팀장을 겸직하고 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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