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경쟁사 견제에 나섰다. 일부 노선의 가격을 경쟁사와 비슷하게 책정하는 등 의외의 전략을 펼치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쏠리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 우려 제한 노선에 뛰어든 경쟁사들의 예약률을 낮춰 수익성을 낮추기 위함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경쟁사 견제가 지속된다면 경쟁사들이 노선 운항을 철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일부 시점 몇몇 노선의 운임(최저가 기준)을 경쟁사와 엇비슷하게 판매하고 있다. 특정 일자 일부 노선은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사례는 이렇다. 대한항공이 오는 4월 28일 운항하는 인천-파리 노선의 가격(3월 31일 오후, 직항 기준)은 118만5000원으로, 티웨이항공의 128만3600원보다 저렴했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 중인 좌석 대다수는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시 쟁점이 됐던 중장거리 노선이다. 유럽연합(EU)이 경쟁 제한 우려를 표하면서 유럽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이관받았으며, 미국 노선은 에어프레미아가 뛰어들었다.
대한항공의 해당 노선 운임 정책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공존한다. 우선 항공사는 궁극적으로 단 하나의 좌석도 남기지 않고 판매해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특정 기종, 기간의 몇몇 좌선은 땡처리 전략으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경쟁 노선의 운임 가격을 타항공사와 지속해 비슷하게 책정한 점에 의문을 표시한다. 대형항공사(FSC)는 저비용항공사(LCC)보다 좌석 편의성, 서비스 등에서 우위에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을 LCC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견제에 돌입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여타 항공사의 해당 노선 예약률을 낮춰 수익성 끌어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오버부킹(예약률 초과)이 빈번한 성수기에는 중장거리 노선의 운임 가격을 여타 국내 항공사 대비 평균 40만~50만원가량 높게 판매했다. 그러나, 비성수기 노선은 LCC와 엇비슷한 가격으로 운임을 책정했다. 경쟁사의 예약률을 감소시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부동의 국내 1위인 대한항공이 LCC보다 싸게 판매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할 경우, LCC의 수익성 감소 폭이 커진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70대가량이다. 경쟁 노선을 이관받은 티웨이항공은 38대, 에어프레미아는 6대에 불과해 예약률이 떨어지면 대한항공 대비 수익성 타격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을 관리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운임 인상 제한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 질 유지 등 시정 조치를 이행하라고 했다. 하지만, 시정 조치에 노선 운임 가격을 낮춰 경쟁 항공사를 견제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는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일부 노선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사 밀어내기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향후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이 마무리되면 알짜 노선을 독점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국내 항공사 견제는 늘 있어왔다"면서 "규모가 작은 항공사는 대한항공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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