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갔다. 핵심 인물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사건의 본질적 해결 여부가 좌우될 전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10명은 검찰이 제기한 배임·사기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구 대표 측은 "경영 판단에 따른 결정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라고 맞섰고, 다른 경영진들은 "구 대표가 주도한 사안으로, 자신들은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들이 티메프의 심각한 재무 악화를 숨기고, 상품권 할인판매 등으로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3일 금융기관 이용이 사실상 마비된 직후에도 이를 은폐한 채 상품권 판매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33만 명에게 총 1조8000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티메프 운영 주체들이 '돌려막기' 방식의 정산구조를 사전에 인식하고도 고의로 이를 지속한 정황이 있다며 '기망의 고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티메프 피해자들은 구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신정권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자기 방어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동안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고 소통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원이 다 빠져나가는 건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게 말이 되냐. 이럴 바에아 차라리 명확하게 처벌을 받아서 형이라도 제대로 살았으면 한다"며 "이게 선례가 돼야 나중에 저희와 같은 유사한 피해자들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은 단순한 유무죄 여부를 넘어 향후 피해자 구제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33만 명의 판매자 및 관련 업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며, 실질적으로 회수 가능한 자산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형사 책임이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 절차에도 유리한 전기가 될 수 있지만 형사적 책임이 부인되면,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사라진다.
만약 재판부가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대규모 경영 실패에도 처벌은 없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거래와 정산 구조가 불투명하고 복잡한 경우가 많아 이같은 판결은 업계 전반에 책임 회피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경영 판단이라는 명분이 고의적 기망과 구별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가 떠안게 된다"고 지적한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2차 공판을 열고, 양측의 구조적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후 마크리 큐익스크레스 CFO, 신정권 '검은 우산 비대위' 대표, 피해업체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공판은 6월 10일까지 예정돼 있으며, 이후 7월까지 격주 단위로 이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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