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고, 낡은 기숙사에 전용구장 없어…"운동할 환경 조성돼야"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 서포리 해변에서 덕적고 야구부원들이 모자를 던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6.5 chamse@yna.co.kr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2021년 폐교 위기를 딛고 인천 섬마을에 창단한 고등학교 야구부가 선수단 감소 여파로 코치진마저 모두 물러나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23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옹진군 덕적도 덕적고등학교는 지난달 장광호 감독을 비롯한 야구부 지도자 4명에 대해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학교 측은 야구부원 감소에 따른 운영비 축소로 사실상 코치진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장 감독 등과 논의를 거쳐 사임을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덕적고 야구부는 지난 5월부터 2학년 선수 12명이 잇따라 전학 의사를 밝히고 팀을 나가면서 존립 위기를 맞았다. 앞서 1학년 신입생 3명도 학교를 옮기거나 운동을 포기했다.

2학년 부원과 학부모들은 신입생 감소에 따라 선수층이 얇아지는 것을 우려하다가 결국 지난달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야구부를 떠났다.

2021년 9월 김학용 전 동산고 야구부 감독과 지역 주민들이 합심해 선수 21명 규모로 창단한 덕적고 야구부는 3년 만에 3학년 선수 일부만 남게 됐다.

현재 3학년 선수 7명 가운데 2명은 다른 클럽으로 이적했고 야구부에는 5명만 남아 대학 진학 준비와 개인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덕적고는 지난달 인천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시교육청 관계자 등을 만나 야구부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는 못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적극적인 신입생 유치로 선수단 확보에 나서되 야구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선수들의 정주 여건과 훈련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덕적고 야구부는 30년 가까이 된 옹진군 관사를 무상 임대해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으나 시설이 낡고 협소해 불편을 겪었고 전용 야구장을 갖추지 못해 평소 축구장에서 훈련해야 했다.

인천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섬마을 특성상 학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훈련 환경과 거주 여건이 충족돼야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일단 협회 차원에서 야구부 존립 방안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덕적고 야구부는 대회 출전을 위한 최소 인원 14명을 맞추지 못해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도 포기했다.

덕적고 전체 학생 인원도 기존 27명에서 15명으로 줄면서 야구부 창단으로 활기를 띠던 학교도 또다시 폐교를 걱정하는 처지다.

일부 주민은 기대감을 안고 창단한 야구부가 3년 만에 맥없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으나 관계 당국은 미온적인 대응만 보여주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김원학 덕적면 진1리 이장은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다시 선수들을 모아와도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며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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