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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전북의 상징' 전주시…떠나고 안 낳고 늙어간다
    김동철 기자
    입력 2024.10.05 07:01

인구 65만 붕괴…연평균 2천여명, 교육·일자리 찾아 수도권행

전문가 "인구문제는 출산·일자리·주거 등 결합한 종합문제"

썰렁한 전주 구도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강한 경제 전주,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

민선 8기 전북 전주시가 내세운 슬로건이다.

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호남 제일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도시 비전이다.

그러나 전주시의 이런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도시 성장과 팽창은커녕 당장 명맥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북 14개 시군 중 최대 도시이자 도청 소재지인 전주시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는 자연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에서 모두 나타나 심각성을 더한다.

◇ 구도심엔 정적…곳곳 빈 점포

"밤이면 어두워서 무섭기도 하고, 사람 보기가 어려워요."

지난달 25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1동의 한적한 주택가.

부근에는 사람들이 떠나면서 장기간 방치된 빈집만이 남아 그 터를 지켰다.

녹슬다 못해 허물어지는 출입문 넘어 보이는 마당에서는 어른 키 만큼 자란 억센 풀들과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인근 전북대학교 후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띈다.

유동 인구가 비교적 많은 곳에 자리 잡은 음식점 건물에도 매매 알림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한 건물은 4층 전체가 모두 비어 있다시피 했다.

전북대 공대생 김모(23)씨는 "웬만하면 고향인 전주에서 취업하고 싶은데 전공을 살려 들어갈 기업이 마땅치 않다"며 "서울이나 경기도 쪽으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30여년간 살았다는 김문관(73)씨는 "북적대던 모습은 사라졌고 지금은 학생들이나 노인들만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규모 행정동인 금암 1·2동은 조만간 통폐합된다.

전주 도심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구 65만 붕괴…쪼그라드는 전주

인구절벽 현상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주시의 인구수는 지난해 65만명 선 아래로 무너졌다.

통계를 보면 '사람은 떠나고 아이는 안 낳고 늙어가는' 전주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전주시정연구원이 지난 6월 발행한 정책브리프 '인구감소시대에 대응하는 전주시 인구정책 방향 및 과제'에 따르면 전주시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0.69명으로 전국 0.72명, 전북특별자치도 0.78명에 비해 그 수치가 낮았다.

유소년 인구(0∼14세) 100명당 고령자 인구를 나타내는 고령화지수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2014년 73.4명에서 2023년 기준 143.6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 인구는 2021년까지 65만명 선을 유지했으나 이후 감소세를 보여 작년 64만2천727명으로 줄었다.

65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혁신도시와 에코시티 개발 등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2021년 10월에는 65만8천명까지 늘었지만, 그해 1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을 기점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했으며 전입·전출자 감소세도 이어져 2022년 기점으로 순유출로 전환됐다.

인구구조는 1992년 10∼19세 인구와 20∼24세의 청년인구의 비중이 큰 피라미드 형태를 보였으나, 작년 40∼60대 인구 비중이 큰 다이아몬드 형태로 변화했다.

한마디로 '늙어가는 도시'란 소리다.

한산한 전북대학교 후문
[촬영 : 김동철]

◇ 고향 떠나고 아이 안 낳는 청년들

청년인구 감소는 두드러진다.

지역 청년인구는 2021년 이후 급격히 줄어 2022년 기준 16만7천958명까지 감소했다.

청년 인구 중 20∼29세 인구는 지속적인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30∼39세 또한 2022년 이후 순유출이 발생했다.

전주에서 빠져나간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둥지를 틀었다.

20∼29세 인구의 경우 2001∼2005년 평균 서울로 1천982명, 경기도로 1천692명, 2016∼2021년 평균 서울로 1천404명, 경기도로 754명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연평균 2천여명이 더 나은 일자리와 주거·교육환경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셈이다.

결혼 적령기인 청년이 전주를 떠난다는 것은 인구 감소를 넘어서 도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청년인구의 결혼 기피 경향도 강하다.

전주시의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2014년 5.3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인다. 전국 평균 3.8건보다 낮다.

20∼39세 청년인구의 미혼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기준 68.7%로 전국과 전북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요약하자면 전주시는 인구 자연감소와 순유출 증가, 고령화 심화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의 가속화, 청년인구 유출 증가, 결혼 기피 풍조 강화 현상을 보인다.

전주시는 2021년 5월 인구정책 기본조례를 제정, 이를 근거로 설계된 인구정책 시행계획에 따라 출산·육아·청년·고령인구 정책과 사업을 실시했다.

반면 시 인구 구조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장년층의 정착·지원을 위한 정책과 사업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아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 전문가 "인구문제는 출산·일자리·주거 등 결합한 종합문제"

전주시정연구원은 3가지 인구정책 방향과 과제를 제안했다.

연구원은 우선 종합적 인구정책 계획을 토대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고부가가치 산업 유치와 육성 등을 통한 청년인구의 유입 방안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돌봄 생태계 구축, 양육지원 다양화, 청년 취업·창업 활성화와 주거 안정, 신혼부부 지원, 중장년층 직업전환·창업지원, 노년층 사회경제적 참여 확대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정보 비대칭 해소와 연령에 따른 불이익 방지를 위한 교육·홍보 강화, 자치법규 개정, 인구정책 전담부서 개편·확충, 청년인구 재정 방안 논의 등 인구정책 개선을 주문했다.

박미자 전주시정연구원장은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현시점에서 전주시도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인구문제는 출산과 인구이동뿐만 아니라 일자리, 주거,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한 종합문제라는 점에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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