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아동 강제노역·가혹 행위를 한 보육 시설
최근 원생 46명 조사해 인권침해 확인…"전수조사 필요"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70년대 인권침해가 일어난 것으로 인정한 부산 아동보호시설인 덕성원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13일 진실화해위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덕성원은 1970∼1980년 부랑인 선도 목적으로 인권 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과 비슷한 곳이다.
보육의 탈을 썼지만, 아이들에게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등 각종 인권침해가 이뤄진 곳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폭력으로 인정되며 현재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고 있는 데 반해 덕성원은 이제껏 실상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진실화해위는 안종환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의 신청으로 그를 포함해 당시 원생 등 46명에 대한 진술 조사, 관련 문건 조사 등을 통해 최근 인권유린이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 1953년 설립해 2000년까지 운영된 아동보호시설
덕성원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2월 서모 씨 일가에 의해 설립된 아동보호시설이다.
옛 부산 동래구 반송동(현재는 해운대구)에 빨간색 지붕을 한 3층짜리 건물에서 운영됐다.
현재까지 덕성원의 정확한 피해자 수와 신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해마다 평균 초등~고교생 150~200명을 수용한 시설로 알려진다.
덕성원은 1996년에는 '사회복지법인'으로 목적을 바꿔서 운영하다가 2000년 폐업했다.
덕성원은 형제복지원이나 영화숙, 재생원이나 칠성원 등과 달리 부산시와 부랑아 수용에 관한 위탁 계약은 없었던 곳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문을 통해 덕성원에 아동의 수용과 전원을 지시했고, 덕성원은 부산시로부터 각종 보조금을 받으며 지도·감독을 받은 사실이 이번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덕성원 또한 국가폭력이며 국가의 묵인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지옥 같은 삶'
덕성원 원생들은 주로 형제복지원에서 전원 됐다.
일부는 경찰의 과잉 단속으로 수용됐다.
단속과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고함과 폭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경찰이 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에 진술했다.
덕성원은 원생들의 노동력을 사유화해 각종 강제 노역에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생들은 평일은 하교 후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 일요일과 방학 기간에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덕성원 농장과 덕성원 내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주변 야산을 개간해 밭으로 만들어야 했고, 덕성원과 관련 있는 한우리어린이집에서 점심 식사와 간식 준비 등 강제 노역을 했다고 공통으로 진술했다.
원생들은 농장에서 씨앗 파종, 밭고랑 풀 뽑기, 거름주기, 깻잎 1천장 따기 등 농작물 수확했고 파리 100마리 잡기 등 작업 할당량을 부여받았다고 말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구타나 단체 기합을 받았다.
이번에 조사한 46명 중 여자 원생 15명은 설립자인 서씨 일가 집에서 식모처럼 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등을 했다.
남자 원생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옥상이나 도서실로 집합돼 폭행당했다.
직원들은 원생들끼리 서로 싸우도록 한 후 이를 지켜보며 즐기기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어린 남자 원생들을 자루에 담겨 지붕에 매달린 채로 몽둥이로 무차별적으로 맞기도 했다.
원장은 잘못을 저지른 원생을 야외 나무창고에 정해진 시간 없이 감금했고, 밥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성폭력 문제도 심각해 당시 여자 원생들은 원장 일가나 직원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이나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 교육받을 권리도 침해, 자립정착금 착복
덕성원 원장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에서 토요일이 안식일이라는 이유로 원생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했다.
원생들은 강제 결석으로 학업 성적이 떨어졌고 결석 과다(1년 평균 30∼40일)로 내신 성적이 나빠서 고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고, 취업할 때 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감독관청인 해운대구 사회과는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덕성원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로 행정처분이나 행정명령 등 강력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덕성원은 원생들이 18세가 돼 퇴소할 때 국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자립정착금도 주지 않았다.
덕성원에서 퇴소한 원생 중 자립정착금을 받은 원생은 1명뿐이었다.
1992년 기준으로 부산시는 140만원을 자립정착금으로 지급했는데, 그나마 받은 1명도 50만원만 받았다.
자립정착금은 퇴소하는 원생의 개인 통장에 직접 입금하게 되어 있지만 덕성원이 통장을 일괄 관리하면서 돈을 주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덕성원 원장 일가로부터 급여 등도 착복 당했다고 말한다.
피해자 1명은 자신이 식모 생활을 하며 받아야 할 6년 6개월분 임금을, 다른 피해자 1명은 중국집 배달일과 공장에서 받아야 할 임금 680만 원을 원장 등이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진실위원회 관계자는 "국가는 덕성원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고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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