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노동자 모여들던 옛 도심 빈집만 6천채…주민 안전 위협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빈집도 가장 많다.
부산의 빈집은 고령화, 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 한국전쟁, 산업화 등 굴곡을 거친 부산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빈집은 부산 동구, 중구, 영도구, 서구, 부산진구 등 주로 옛 도심에 밀집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촌이 형성된 곳이다. 이후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산 중턱까지 무허가 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여러 차례 개조와 중축을 거쳐 지금의 형태가 됐다.
정주 요건이 좋지 못한 산 중턱에 살던 피란 1·2세대 원주민들이 고령화로 잇따라 세상을 떠나고,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빈집만 남았다.
오래된 건축물의 붕괴위험으로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집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곳도 있다.
급경사지에 위치한 동구 수정동의 삼보연립은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다. 비가 올 때마다 붕괴 위험에 주민 이주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건물주가 사망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다행히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이 모두 떠났지만 남아 있는 위험한 건물은 여전히 다른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빈집 문제는 감염병에 비유되기도 한다. 빈집은 범죄와 악취, 붕괴위험 등 여러 문제를 야기시켜 주민 정주 여건을 악화시키면서 또 다른 빈집을 낳는다.
수정동에서 만난 김모(81)씨는 "비가 올 때마다 방치되고 있는 빈집들이 무너지기라도 할까 봐 불안하고 냄새도 심하다"며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데 이사를 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지자체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철거를 거부하는 소유주에 강력한 제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소유주가 철거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이 고민되고 있다.
하지만 빈집 중 절반 이상이 무허가 주택으로 파악되는데 당장은 소유주를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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