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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제주시 원도심 5개 초등학교 학생 40년새 1만여명→900여명
    전지혜 기자
    입력 2024.10.26 07:01

한때 학교당 1천∼3천여명에 달했으나 원도심 쇠락 여파 못 피해

글로벌 역량학교·IB 학교 등 교육과정 통한 학생 유입 도모

제주시 원도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시 원도심은 제주 역사·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던 지역이다.

특히 제주 중심 상권으로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다.

그러나 신제주권과 삼화·아라·이도 택지지구 등이 개발되면서 원도심의 인구가 빠져나갔고, 상권도 예전 같지 않다.

원도심 쇠락의 여파는 곧 학교에도 미쳤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줄어들면서 학교마다 자구책을 마련해 학생 유입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한때 학교당 1천∼3천명…이젠 5개교 총 1천명도 안돼

상권의 중심지로 '제주의 명동'이라고 불리던 제주시 원도심. 그러나 이제 빈 점포 유리창에 붙은 '임대' 안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지난달 제주시 원도심 중앙로사거리∼남문로터리에 접한 41개 건물 242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실률이 17.8%(43곳)로, 6곳 중 1곳은 비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도심의 칠성로 아케이드도 지난 7월 조사 결과 공실률이 25%(77곳)에 달해 4곳 중 1곳은 빈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 유출과 함께 아기 울음소리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원도심인 제주시 일도1동에서 출생한 아기는 단 3명뿐이었다. 이 밖에도 건입동 38명, 삼도2동 40명 등으로 제주시 외곽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도1동 등 원도심 일부 지역은 이미 소멸 위험 단계로 분류되고 있다.

제주 원도심 빈 점포에 붙은 '임대' 안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도심의 쇠락은 곧 학교에 여파를 미쳤다.

26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시 원도심 학교는 제주북초, 제주남초, 한천초, 광양초, 일도초 등 5곳이다.

이들 학교 학생 수는 올해 4월 1일 기준 북초 261명, 남초 101명, 한천초 236명, 일도초 131명, 광양초 193명이다.

제주교육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이들 5개교는 몇십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학교당 많게는 1천∼3천여명이었다.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는 당시 개교 전인 한천초를 제외한 4개교 학생이 1만1천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올해는 5개교 전교생을 다 더해도 922명으로, 1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2021년부터 90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학급 수도 학년당 1∼2학급에 불과하다.

'제주교육의 발상지'로 불리는 제주북초는 1980년 학생 수가 3천명을 넘은 이후 계속 감소해 10년 만인 1990년에는 1천889명으로 2천명을 밑돌았다.

1995년에는 900명으로 세자릿수로 내려앉았고, 2014년 이후로는 20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제주남초 역시 학생이 많게는 2천700명에 달했으며, 오전·오후로 나눠 2부제 수업을 할 정도로 큰 학교였다.

그러나 계속된 감소 추세에 1994년 1천명대 선이 무너졌고, 이제는 두자릿수가 될 위기다.

광양초는 1980년대 초반 학생이 3천7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큰 학교였으나 1995년 전교생 세자릿수가 됐고, 올해는 처음으로 100명대가 됐다.

1980년대 초반 전교생이 2천명에 육박했던 일도초도 학생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 이후로는 10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천초도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전교생이 1천800여명에 달했으나 이후 학생 수 감소 추세가 계속되며 최근 몇 년간 200명대에 그쳤다.

영어로 진행되는 제주남초 1학년 수학 수업
[촬영 전지혜]

◇ 글로벌 역량학교, IB 학교…"교육으로 학생 유입 도모"

원도심 학교 활성화를 위해 각 학교와 교육청은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각종 지원 정책으로 학생 유입을 도모하고 있다.

남초는 2024학년도부터 제주형 자율학교의 한 유형인 '글로벌 역량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영어 소통능력 신장을 위해 1학년을 대상으로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수업에는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담임교사가 함께 들어간다.

'4학기제' 도입도 큰 변화다.

제주특별법상 교육 특례를 활용해 여름·겨울에 길게 방학하지 않고 5월, 8월, 11월, 학년말에 방학하는 것이다. 긴 방학 후 개학하면 기본 생활습관이 무너지거나 기초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학습 공백 최소화를 위해 도입됐다.

이밖에 학교 특색과목 '창의 톡톡'(발명 교육, 스마트코딩 교육), 스내그 골프(Starting New At Golf·어린이 등 골프 입문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수업 운영도 눈에 띈다.

학교 측은 "애초 올해 취학통지서를 받을 아이가 6명에 불과했지만, 글로벌 역량학교 운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 신입생이 추가로 유입되는 등 전교생 수가 세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진행된 제주북초 학부모 대상 IB 초등과정(PYP) 모의수업
[제주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북초는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으로 새 도약을 꿈꾼다.

북초는 2021년 9월 IB 관심학교로 등록됐으며, 지난해에는 IB 월드스쿨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북초가 제주시 동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IB 월드스쿨로 지정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을 끄는 등 원도심 학교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북초는 IB 학교 지정이 발표된 2021년 214명 이후 학생이 유입되면서 전교생이 2022년 234명, 2023년 241명, 2024년 261명 등으로 소폭이나마 늘어나는 추세다.

광양초, 일도초, 한천초는 제주형 자율학교의 한 유형인 다혼디 배움학교로 다양한 특색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다양한 원도심 학교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원도심 학교는 방과후학교 강좌 수강료가 전면 무료며, 특화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된다.

또한 제주시 동 지역 학생 수 400명 이상인 학교 통학구역에 거주하는 학령아동은 주소지 이전 없이 원도심 학교로 전·입학할 수도 있다.

학급당 학생 수도 25명으로 동(洞) 지역 다른 학교보다 2명 적으며 학생 수가 급감한 학교 운영 경상경비 3% 증액, 원어민 보조교사 수업 시수 추가 지원 등도 이뤄진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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