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10월 14일 시작, 28일 절정인데 아직 '단풍 시작' 발표 안 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해발 1천950m의 '남한 최고봉' 제주 한라산은 대개 10월 중순에 단풍이 시작돼 10월 말 절정을 이루곤 한다. 그러나 올해는 울긋불긋 단풍 물결이 예년보다 한참 늦어지고 있다.
26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한라산 단풍 시작 평년값은 10월 14일, 절정기는 10월 28일이다.
예년 같았으면 이미 산 곳곳이 울긋불긋 물들어 단풍이 절정으로 치달을 시기지만, 올해는 아직 한라산 단풍이 시작됐다는 기상청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기상청이 한라산 단풍을 관측하는 지점은 어리목광장과 오목교(해발 965m)다. 산 전체를 봐서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 80%가량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로 본다.
기상청 관계자는 "단풍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매주 한라산에 가고 있다. 이번 주에도 찾아가봤지만 단풍이 시작됐다고 발표하기에는 아직 애매한 정도였다"며 다음 주에 다시 관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남부지방 다른 유명산들도 단풍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상자료개방포털에 공개된 1991년 이후 관측 기록을 보면 한라산 단풍이 가장 늦었던 해는 1999년으로, 10월 28일에 시작돼 11월 21일에 절정을 맞았다.
지난 2021년에도 10월 26일에야 단풍이 시작돼 11월 2일에 절정을 이뤘다.
한라산 단풍이 가장 이르게 든 해는 1991년으로, 10월 5일 시작돼 10월 14일에 절정을 이뤘다.
지난해의 경우 단풍 시작일은 10월 10일, 절정은 10월 26일이었다.
단풍은 단풍 시기 기온과 강수량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단풍이 일찍 들고 평지보다는 산에서,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에서 단풍이 잘 든다. 음지보다는 양지바른 곳, 일교차가 큰 곳에서 단풍이 예쁘게 든다고도 알려져 있다.
올해는 9월까지도 더위가 심했던 탓에 단풍도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올해 폭염일(일 최고 33도 이상인 날)이 42일, 열대야(밤사이 최저 25도 이상)가 75일로 역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등 더위 관련 기록을 줄줄이 새로 썼다.
한여름에는 물론 9월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렸으며, 10월에 접어들어서도 불과 일주일여 전인 지난 18일 낮 최고기온이 31.3도까지 오르는 반짝 더위가 찾아오기도 했다.
다만 한라산 고지대 곳곳의 나무들은 이미 울긋불긋 가을 옷을 갈아입고 있는 상황이다.
한라산 단풍은 만세동산에서 바라보는 어리목 계곡 상류,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영실기암, 용진각과 왕관릉 일대가 최고로 손꼽힌다.
어리목 코스 해발 1천600고지의 만세동산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서 멀리 보이는 화구벽과 함께 계곡을 따라 이어진 붉은 단풍 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영실 코스의 영실기암, 관음사 코스의 삼각봉, 왕관릉 일대는 붉은 단풍 사이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더욱 도드라져 보여 형형색색의 가을 절경을 볼 수 있다.
한라산둘레길의 천아계곡도 단풍 명소로 꼽힌다. 매년 단풍철이면 관광객과 탐방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부상 없이 안전하게 산행하려면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특히 한라산은 기상 변화가 심해 비바람 등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에도 대비해야 하며, 해발고도에 따라 온도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물과 비상식량도 챙겨가야 한다.
수시로 안개가 짙게 끼어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 여러 명이 함께 탐방해야 안전하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지난달 26일 자로 가을철 산악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산악사고 다발 지역에서 의용소방대와 함께 산악안전지킴이를 운영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환절기 가을철은 큰 일교차로 인해 미끄러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기 쉽고 심혈관계 질환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무리한 산행은 자제하고 자신의 체력에 맞게 안전한 산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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