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협약 파기 규탄 화환 무더기 배송…경찰이 사태 진정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앞에 근조화환들이 배송되자 이를 거부하는 교육청과 꼭 놓아두겠다는 배송자 측이 갈등을 일으켜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1일 오전 9시 30분께 춘천시 도 교육청 민원실 앞에 흰색 근조화환 8개가 배송됐다.
보낸 이는 진수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장부터 시민, 교사까지 다양했다.
화환의 리본에는 전교조 강원지부와의 단체협약 파기를 규탄하며 이를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배송 기사가 화환을 모두 놓아두고 돌아가려 할 때 갈등이 시작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가 이를 모두 수거해 가라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교직원 A씨는 "화환들을 받길 거부한다"며 "사진만 찍고 다시 가져가기로 해놓고 왜 두고 가느냐"고 말했다.
이에 배송 기사는 "화환을 주문한 고객이 여기 두길 원해서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며 "나는 배송을 담당할 뿐이며 돈을 낸 사람 말을 들어야 한다"고 반문했다.
배송 기사가 화물차를 빼려 하자 A씨는 다른 직원들에게 몸으로 차량 앞을 가로막게 시켰고, 배송 기사는 차를 빼지 못하고 한참을 머무르게 됐다.
먼발치서 이를 지켜보던 교육청 직원들은 "부끄럽다"고 토로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사태는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진정됐다.
경찰은 "배송 기사의 차량을 가로막는 건 업무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화환으로 인한 피해는 따로 민사를 제기할 수 있다"고 알렸다.
경찰의 도움으로 배송 기사는 교육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민원실 앞의 화환들은 본관 1층 화장실 앞으로 옮겨졌다.
도 교육청은 전교조 강원과 맺은 협약이 신경호 교육감 취임 이후 각종 교육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의 권한을 제한해왔다고 주장하며 이를 무효화 했다.
전교조 강원은 해당 협약이 민주적 학교 운영과 교사가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을 이뤄왔다고 성토하며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신 교육감을 규탄했다.
양측은 협약 실효의 당위성을 놓고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도 교육청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청사 방호를 강화하고 있다.
yangdoo@yna.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