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관리법 지자체·위탁기관 환경미화원에만 적용
'안전 사각지대' 민간업체는 주먹구구 운영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하굣길 초등학생이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폐기물관리법상 안전 기준과 관련한 허점이 드러나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법령상 정해진 안전기준은 작업자의 안전에 중점을 둔 데다 민간업체에는 이마저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 순식간의 참변…"3인 1조 작업했더라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A(7) 양은 30일 오후 1시 20분께 광주 북구 아파트 단지 내에서 후진하던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졌다.
주위를 충분히 살필 시간적 여유 없이 성급하게 후진을 한 명백한 운전자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사고 차량 운전자 B(49)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드미러로 봤을 때 A양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후진 경보음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나왔으나 사후 확인 과정에서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인 B씨 외 다른 동료들은 타고 있지 않았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작업은 3명이 1조를 이뤄 작업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3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규정을 지켰더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료들이 미리 후진하는 차량에서 내려 주변의 위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다.
환경미화 업계 관계자는 "안전장치를 아무리 좋은 것을 달더라도 사람이 직접 위험성을 확인하는 것보단 못하다"며 "3인 1조로 작업을 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간업체, 안전기준 정한 법령 적용 안 돼
3명이 1조로 함께 작업하도록 정한 안전 기준은 운전자 B씨나 B씨를 고용한 업체에는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폐기물관리법에서 정한 안전 기준은 이른바 지자체나 위탁기관 소속의 '환경미화원'에게만 적용할 뿐, 민간업체에까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광주시 등 주무 부서의 해석이다.
이번 사고를 낸 업체 역시 아파트 관리사무소(민간)로부터 재활용품 수거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 수거 업체인 만큼 법령상 적용할 수 있는 안전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대부분은 민간 수거업체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활용품 수거 작업 상당수가 별도의 안전 기준 없이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행 법령에서 정한 안전 기준을 민간업체에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안전기준은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환경미화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주변 안전 확보 등과 같은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는다.
작업자들의 안전 확보도 중요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시 관계자는 "민간 재활용 수거 업자에게 안전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행정에서 조치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없다"며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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