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볶음 자주 하며 조리흄 노출"…산재 인정·안전한 급식실 조성 촉구
교육청 "폐암 검진 지원…환기설비 개선 2027년 2월 완료"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최근 제주에서도 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자가 폐암 판정을 받아 산업재해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도내 모 학교 영양사가 폐암 판정을 받은 사례에 이어 실제 조리를 담당하는 조리실무사 중에서는 제주지역 첫 사례로 파악되고 있다.
노조는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한편 교육당국에 급식실 환기 개선 등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 14년간 아이들 밥 챙겼는데 '폐암' 청천벽력…"튀김요리 등으로 조리흄에 노출"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 따르면 도내 모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경력 14년 차 조리실무사 A씨(55)가 지난달 폐암 1기로 확진됐다.
A씨가 근무했던 2개교 중 10년 넘게 일했던 학교는 배식받는 인원이 총 1천명 정도로 도내에서는 많은 편이며, 중식과 석식을 모두 진행하는 학교다.
특히 이 학교에서는 조리흄(뜨거운 기름으로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 심한 불맛 내는 불고기를 월 2회 이상 제공해왔다.
조리흄의 대표적인 원인인 튀김 요리도 월 8일 이상 제공하는 등 중식과 석식을 구분해 조리 횟수로 최소 월 15회 이상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튀김이나 볶음 등을 하려면 통상 조리실무사 2명이 조를 이뤄 수 시간씩 조리하며, 음식이 탈 수도 있기 때문에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해 해로운 가스나 기름 냄새 등을 폐 깊숙이 마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밖에도 급식 종사자들은 조리 후 세척 과정에서 독한 약품을 사용하고, 에어컨이 있어도 조리 시 발생하는 열기로 인해 고온의 환경에 있으며, 환기시설 미비로 유해환경에 놓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노조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폐암 확진은 급식실 근무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경력 24년 차인 모 학교 영양사 B씨가 도내 학교 급식종사자 중 처음으로 폐암 판정을 받았다.
이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영양사의 경우 직접 조리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조리흄 노출 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산재로 인정하지 않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급식 종사자들은 노동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고온에 조리하고, 날카로운 도구를 많이 사용하고, 미끄러운 곳을 오가는 등 위험한 환경 속 일하며 여러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노조에 따르면 폐질환 외 제주지역 학교급식 종사자 산업재해는 2021년 17명, 2022년 19명, 2023년 12명 있었다.
지난해 학교 급식실 산재를 유형별로 보면 이상 온도 접촉 5명, 근골격계질환 3명, 물체에 부딪힘 1명, 절단·베임·찔림 3명이다.
노조는 "학생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온 노동자가 정작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라며 급식실 환기 개선 사업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는 등 안전한 급식실 노동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 교육청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2027년 2월 완료 목표"
제주도교육청은 2021년 전국 교육청 중 유일하게 공립학교 조리종사자 799명에 대한 폐암 관련 건강진단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학교급식 조리종사자 대상 폐암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도 전체 공·사립학교의 경력 1년 이상 급식종사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예산 9천여만원을 들여 폐암 건강검진을 진행한다.
아울러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재 도내 급식시설을 갖춘 학교 189교 중 121교는 환기설비 개선이 완료됐으며, 20교는 현재 개선사업이 진행 중으로 2025년 2월까지 총 141교(74.6%)에 대해 개선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교육청은 나머지 48교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개선사업을 추진해 2027년 2월까지 전체 학교 환기설비 개선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조리흄을 예방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에는 조리로봇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후 급식기구를 교체하고, 인덕션을 비롯해 현대화·자동화 기구도 계속 확충할 방침이다.
김광수 교육감은 지난 12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급식종사자 한 분이 폐암 판정을 받은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며 "급식종사자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환기시설 개선을 서둘러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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