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조사서 밝혀져…평택시, '아픈 과거' 보존·활용 방안 검토
(평택=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 평택시 팽성읍 부용산과 선말산에 2개씩 있는 총 4개의 지하 방공호(추정)는 일제강점기인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추진하던 해군 항공기지의 일부 시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최근까지 평택시 의뢰를 받아 외부 전문기관이 수행한 학술조사 연구용역 결과 드러났다.
20일 이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보면 팽성읍 객사리 부용산 공원 남측에 2개, 팽성읍 함정리 선말산 마을쉼터 인근에 2개 등 4개의 방공호가 있다.
부용산 동측 방공호는 폭 2.5m, 길이 31m이고, 서측 방공호는 폭 2.5m, 길이 18m이다.
선말산 동측 방공호는 폭 2.5m·길이 51m, 서측 방공호는 폭 2.5m·길이 34m로, 4개 모두 맨 안쪽 부분이 굴착하다가 중단된 모습이다.
이 중 부용산 방공호는 부용산공원 조성 과정에서 이미 직·간접으로 존재가 확인됐으나, 선말산 방공호는 지역 사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번에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났다.
조사연구팀은 일본이 패전 직후 해군 시설을 미군에 인도하기 위해 작성한 '조선항공기지조서' 중 '평택항공기지' 목록에서 이 방공호들이 당시 조성 중이던 항공기지의 일부임을 확인했다.
해당 조서에는 일본군의 항공기지 중 길이 1천500m, 폭 50m의 남측 활주로는 완성돼 사용 가능한 상태였고, 북측 활주로는 미완성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용산과 선말산 방공호들은 이 활주로를 가운데 두고 4.5㎞ 떨어져 있고, 대피시설이나 유류창고 등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이번 학술조사 결과서가 제출되면 이들 방공호의 보전 및 활용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근에 일제강점기 시설물이 더 있는지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방공호 축조 시기와 성격을 규명하고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돼 학술조사를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조사가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알려졌던 사실들을 학술적으로 밝혀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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