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업폐기물 대란 우려", 지자체 "지방자치 역행"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시가 기초단체장에게 위임했던 산업폐기물 매립장 등 갈등유발 시설의 설치 권한을 회수하려고 하자 기초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7월 '부산광역시 도시계획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이번 부산시의회 회기 때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묘지공원, 장사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등 갈등 유발 시설 설치에 대해 기초단체장에게 위임한 권한을 시장에게로 다시 회수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시설사업에 대한 기초단체장 인가권을 축소하고, 부산시장이 입안한 도시계획시설은 시장이 직접 결정한다는 문구도 명확하게 넣었다.
시가 권한 조정에 나선 것은 그동안 주민 반대로 부산지역 산폐물 매립장 조성이 차질을 빚으면서 산폐물 대란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부산의 산폐물 매립장은 강서구 송정동에 있는 부산그린파워 1곳을 제외하면 전무한데 이마저도 시설 용량이 끝나가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는 매일 500∼700t이 산업폐기물이 나오고 있지만 자체 처리가 안 돼 다른 지역으로 보내면서 처리 비용이 급증해 부산지역 산업단지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들 시설이 기피 시설이기는 하지만 부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시설인 것은 맞다"라면서 "지역민 여론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초단체장이 아닌 부산시장이 전체 주민을 위해 결정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 16개 구·군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 구청장·군수협의회는 최근 '부산광역시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 부결 촉구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기장군수와 연제구청장, 강서구청장은 이 건의안을 21일 부산시의회에 전달하고 부산시의회 의장을 면담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나섰다.
시에 따르면 현재 산폐물 매립지 건립이 추진 중인 곳은 총 5곳이다.
미음, 국제 산업물류 1단계 부지 등 강서구 2곳과 명례산단, 명례리,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단 등 기장군 3곳이다.
이 중 산단 면적이 50만㎡ 이상이고, 산폐물 연 발생량 2만t이 넘는 강서구 산단 2곳은 매립장 설치가 의무며, 기장군 명례산단이나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단지도 매립장 설치가 산단 조성 조건에 명시돼 있다.
산폐장 문제가 눈앞에 닥친 기장군민들은 이날 500명 규모로 부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며 철회를 촉구한다.
정종복 기장군수도 지난 15일 1인 시위를 벌였고, 기장군의회도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기초단체들은 기피 시설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가 주민과 기초지자체인 만큼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가 배제되어서는 안 되다고 목소리를 낸다.
기초단체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지방자치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정종복 군수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각종 기피 시설 대한 정책 결정 시 지역주민의 의사 결정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면서 "부산시의회는 지역 민심을 적극 반영해 이번 조례안을 반드시 부결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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