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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 덮은 플라스틱…오염 끝내기 위한 담판 내일 개막
    이재영 기자
    입력 2024.11.24 12:08

부산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5차 협상위 시작

생산 규제·우려화학물질 금지 등 쟁점 두고 이견…협상 '안갯속'

부산서 플라스틱 오염 끝내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공원에서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들과 전세계 환경단체 회원들이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2024.11.23 handbrother@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포인트 니모'는 남태평양 한 지점이다.

우리말로 '해양 도달 불능점'이라고 옮겨지나 실제 갈 수 없진 않고, 가장 가까운 뭍과의 거리가 2천688㎞에 달하는 '육지에서 가장 먼 바다'다.

작년 이곳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 1㎥당 320개의 마이크로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과거보다 농도가 18배나 높아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플라스틱은 바다부터 사람 혈액과 뇌까지 우리 주변은 물론 우리 안에서도 발견된다"라며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플라스틱이 지구를 뒤덮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담판이 25일 부산에서 시작한다.

◇ 기후변화협약처럼 '전 인류'에 영향…부산서 마지막 담판

19일(현지시간) 브라질 과나바라만에 버려진 플라스틱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에서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열린다.

유엔 회원국들은 재작년 3월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올해까지 마련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번 협상위가 '최후의 담판'이다.

5차 협상위엔 170여개국 정부대표단을 비롯해 약 4천명이 올 예정이다.

플라스틱 협약은 체결되면 유엔기후변화협약처럼 전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협약이 될 전망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곳은 사실상 없어서다.

매년 4억6천만t(톤) 이상 플라스틱이 생산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회용'이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플라스틱을 모두 합치면 90억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99%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그쳐, 나머지 91%는 '잘' 관리되면 매립·소각되고 잘못 관리되면 자연으로 유출된다.

◇ 생산 규제·우려화학물질 금지·재원…산적한 쟁점

'자원순환의 날'인 9월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협상 성패를 가르는 제1 쟁점으로 '플라스틱 생산 규제'가 꼽힌다.

화석연료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든 새 플라스틱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규제를 두고 '2040년까지 2025년 대비 생산량 40% 감축'과 같이 목표를 명시하자는 국가부터 규제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국가까지 존재한다.

협상위 의장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주영국 에콰도르대사는 최근 협상 촉진용 제안문에서 '전 주기에 걸쳐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문구를 제시했다.

플라스틱에 '우려 화학물질'(Chemicals of Concern)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두고도 국가 간 의견이 엇갈린다.

써선 안 되는 화학물질을 협약에 열거하고 규제하자는 입장, 협약엔 기준만 제시하고 각국이 알아서 규제하자는 입장, 우려 화학물질 규제는 애초 협약에 담기로 합의한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 등이 충돌한다.

'플라스틱·우려화학물질 감량과 재사용·수리·재활용 가능성 향상 등을 위한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과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도입 등 재활용률 제고를 비롯한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방안' 등도 협상위에서 다뤄진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논의된다.

현재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돈 문제가 가장 큰 갈등 요소다.

최근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5년까지 연간 3천억달러 규모 기금을 조성하는 새 기후재원 목표가 어렵게 합의됐지만,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 정의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분출될 전망이다.

유엔은 "현재 협상이 (플라스틱) 생산국 책임을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한 개도국에 전가하는 방향이라는 지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 협상 거치며 늘어나고 복잡해진 초안…'큰 틀 합의' 유력

플라스틱 피로증 진단서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벡스코에서 25일부터 시작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공원에서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들과 전세계 환경단체 회원들이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3 handbrother@yna.co.kr

부산에서 협상이 타결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3차 협상위 때까지 33쪽이었던 협약 초안은 4차 협상위를 거치며 77쪽까지 오히려 늘었고, 문구를 협약에 넣을지와 뺄지를 두고 이견이 있음을 보이는 '괄호'만 3천7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G2인 미국과 중국 입장이 아무래도 중요한데, 중국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고 생산 규제를 지지할 것으로 전해졌던 미국은 각국이 자체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상 부산에서는 잘해야 '선언적 협약'만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협상위 의사결정 방식이 만장일치제여서 추가 협상위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5차 협상위 주최국이자 '플라스틱 다생산·다소비' 국가인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전 주기를 다루는 효과적이고 이행할 수 있는 국제협약이 조속히 성안되게 노력한다"라는 입장으로 절충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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