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수온 18도 육박…멸치 어획권역 겹쳐 어민 간 마찰 '이중고'
(남해=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매년 지속되는 고수온으로 인해 경남 남해군의 겨울철 주요 소득원 중 하나인 꼼치(물메기)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30일 남해군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지역 내 꼼치 어획량은 2017년 17만2천㎏, 2018년 17만㎏을 기록하다 2019년 6만7천㎏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0년 4만6천㎏, 2021년 5만4천㎏, 2022년 5만8천㎏, 2023년 5만8천㎏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군은 이러한 어획량 감소는 고수온과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저온성 어족인 꼼치는 평소 동해의 깊은 바다에 살다가 산란기인 겨울철에 남해 등 연안으로 이동한다.
남해 연안에 꼼치가 오는 이맘때 본격적 어획이 시작되는데 보통 10∼15도 사이 수온에서 어군이 형성된다.
그러나 올해 11월 남해 평균 수온은 18도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형성됐다.
2019년부터 최근 5∼6년간 초겨울 수온도 15∼18도 사이를 기록할 정도로 수온이 대체로 높아졌다.
적절히 저수온이 유지돼야 충분한 어군이 형성되지만, 올해처럼 따뜻한 수온이 이어지면 남해 연안에 몰릴 꼼치가 다른 수역으로 빠져나가 어획량이 줄어든다.
어민들은 올해 꼼치 어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를 맞았지만 '꼼치를 찾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게다가 고수온 영향으로 멸치잡이와 어획권역이 겹치는 일까지 발생해 멸치를 잡는 어민과 꼼치를 잡는 어민 사이에 마찰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멸치는 꼼치보다 따뜻한 수온에서 어군이 형성되는데 고수온 여파로 꼼치가 있던 권역에 멸치 어군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꼼치는 주로 대나무 등으로 만든 통발을 이용해 어획하는데, 멸치가 통발을 설치한 지역으로 몰리며 대형 그물을 두 척의 배가 양쪽에서 끌면서 어획하는 권현망 어선이 지나가며 통발을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꼼치를 잡는 어민들 사이에서 멸치잡이 어선으로 어업 행위에 차질이 생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반면 멸치를 잡는 어민들은 형성된 어군을 따라 정상적 어획을 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고수온으로 기존 어족자원이 줄어드는 문제에 서로 다른 두 종의 어획권역마저 겹치며 남해군은 대응 방안 마련에 골치를 앓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으로 어획량이 줄어들고 어획권역 분쟁까지 심화하고 있다"며 "자연적 현상에는 대응하기 어렵지만 어민 간 갈등은 적극 중재에 나서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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