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업체, 불법 신고에 정식 계약 요구하며 운행 중지…학부모 분통

[촬영 손대성]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오늘은 어떻게든 등교시켰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기도 빠듯한데 계속 직접 통학시켜야 하면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고등학생 자녀를 둔 경북 포항주민 50대 A씨는 2일 자녀를 학교까지 등교시키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A씨뿐만 아니라 집과 떨어진 곳에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포항지역 학부모는 등교 시간에 정신 없이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일부 시민의 불법 통학버스 신고로 과징금이 부과될 상황에 놓이자 포항전세버스협의회는 각 학교에 정식 계약을 요구하며 2일부터 통학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그동안 등하교를 전세버스에 의존해 온 많은 중·고등학생과 학부모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자가용 승용차로 자녀를 태워준 시민이 몰리면서 이날 오전 학교 주변은 혼잡이 빚어졌다.

특히 포항고, 포항여고, 유성여고, 대동고, 중앙고, 중앙여고, 영신고 등 많은 고등학교가 모인 우현사거리 일대는 평소에도 정체가 심한 데다가 차가 몰리면서 훨씬 더 정체가 심했다.

포항시민으로 구성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찍 나갔는데도 길이 막혔다"라거나 "버스 배차 시간이라도 조정해줘야 하는데 대책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이 많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전세버스를 통학용으로 이용하려면 학교장이 전세버스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한 포항지역 많은 학교가 정식 계약을 거친 통학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전세버스 사업자와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계약해 통학버스를 운행해 왔다.

이것은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학생·학부모의 불편과 현실을 고려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포항 일부 주민이 통학버스로 이용하는 전세버스에 대한 위법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세버스업체는 180만∼54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포항전세버스협의회는 "학교장이 통학 차량을 전세버스업체와 계약해 정상적으로 운행해야 함에도 이를 방치해 학부모와 전세버스업체가 계약 운행함으로써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많은 학부모의 항의가 쇄도하면서 포항시나 포항교육지원청 등도 난감한 상태다.

포항지역 고교 27곳 중 기존에 정식으로 계약한 4곳과 지난주에 계약한 3곳 등 모두 7곳만 전세버스업체와 정식 계약했고 나머지 20곳은 아직 계약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등하교 안전 질서 확보를 위해 교육지원청과 협조하고 있고 관련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