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말하고 이해하는 법…대다페 특별강연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다문화가정 엄마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꼭 필요해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는 25일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핵심 양육자로부터 한국어를 익히지 못할 경우 일어나는 문제가 너무나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박사는 이날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축제 '2024 대한민국 다문화 페스타(대다페)'에서 '다양하게 말하고 다양하게 이해하는 법'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오 박사는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말이 느리다'는 이유로 부모와 함께 찾아오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자주 본다"며 "이들은 또래와 쉽게 사귀지 못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져 학교에서 중도 탈락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때 부모가 언어 자극을 통해 아이의 발달을 돕는 것이 중요한데 다문화가정은 엄마가 우리말에 유창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엄마가 배워온 한국어로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면 엄마와 아이의 언어가 함께 늘 수 있다"며 "결혼이주여성 국적에 따라 세분화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우리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박사는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는 채널이 끊기는 것"이라며 "이렇게 불통이 되면 아이는 처음엔 답답하고 화가 나다가 나중엔 엄마 아빠와 멀어지게 되고 외롭고 우울하고 불안해진다"고 전했다.
그는 "엄마 성대를 통해 직접 울려 나오는 감정이 담긴 말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어에 서툴다면 일단 엄마의 모국어 중심으로 언어를 가르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엄마 나라 문화와 역사를 알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느껴야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막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영·수처럼 '마음', '관계'라는 교과목이 학교에 생겨야 한다고 항상 주장한다"는 오 박사는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잘 알고 잘 표현하기 위해선 제대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짚었다.
그러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미래 세대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가 손을 맞잡고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우리금융그룹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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