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며 점점 인파 몰려…몇몇 시민은 핼러윈 복장 차림
참사 발생 골목엔 추모 꽃다발·음료…당국, 안전 관리 총력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인 26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주말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해 질 무렵까지 비교적 한산했던 해밀톤 호텔 뒤편 번화가 골목은 어두워질수록 차차 활기를 띠었다. 다만 보행이 어렵거나 안전이 우려될 정도로 인파가 모이지는 않았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이태원 관광특구 인근의 인구 혼잡도는 '약간 붐빔'(1만4천∼1만6천명)이었다.
술집 대부분이 통창을 열어놓고 영업해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왁자지껄한 대화가 오가는 시민들의 귓전을 때렸다.
식당과 가게에는 빈 테이블이 많아 입장에 어려움은 없었으나 일부 주점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호객하던 한 직원은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라고 해 평소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늦은 밤이 되면 지금보다는 더 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가게들은 핼러윈의 상징인 호박등을 밝히고 천장에 박쥐나 유령 장식 등을 늘어뜨려 분위기를 냈다.
몇몇 시민들은 페이스페인팅을 하거나 동물 머리띠를 썼으나 핼러윈 복장을 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큰 장난감 칼을 찬 일본 무사 차림의 커플이 시민들과 사진을 촬영했고, 공주 드레스와 마녀 복장을 하고 부모와 함께 나온 두 여자아이도 있었다.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러 온 대학생 손모(22)씨는 "이곳에서 참사가 벌어진 점은 안타깝고 깊이 새겨야 하지만, 안전하게 주말을 즐기는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공간을 무덤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소 이태원에 자주 온다는 30대 배모씨는 "2년 전 사건 이후 여기를 찾는 사람 자체가 크게 준 것 같다"며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빨리 예전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여유롭게 번화가를 중심으로 골목길을 오갔고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의 통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2년 전 참사가 일어난 골목 한편에는 와인과 음료 등 먹을거리와 꽃다발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참사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유독 이 골목은 오가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발걸음을 멈추고 꽃다발을 바라보던 조모(56)씨는 "젊은 생명들이 안타깝게 간 것이 비통할 따름"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부와 시민들이 하나로 힘을 합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 대비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경광봉을 든 구청 공무원과 경찰이 쉴 새 없이 곳곳을 순찰하고 좁은 골목과 횡단보도에는 두어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돼 통행을 안내했다.
주요 골목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시민들이 뒤엉키지 않고 우측으로 통행하도록 했다. 불법 주차로 이면도로가 좁아져 사고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구청의 단속 차량이 유독 자주 보였다.
경찰은 이번 주말 홍대·이태원·강남·건대·명동 등에 경찰관 3천12명을 배치했다. 오는 31일까지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15개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관리를 실시한다.
서울시도 오는 27일까지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점 관리지역 8곳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하고, 다음 달 3일까지 '핼러윈 중점 안전관리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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