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뒤 인도 방치·경찰서 호송·30시간 구금, 직무상 불법행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경찰에 불법적으로 연행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박 대표와 활동지원사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박 대표에게 700만원, A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인 범죄의 명백성과 체포의 필요성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라며 "피고는 공무원들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의 체포부터 경찰서 호송, 구금 등에 있어 경찰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박 대표 등이 체포 전까지 도로에 있던 시간은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았고, 미신고 집회였다고는 하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도 봤다.
나아가 박 대표가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며 다수의 목격자가 있었기에 도망·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반드시 체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체포 이후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장애인인 박 대표 등을 인도에서 포위한 채 25분 동안 방치한 점, 승합차를 이용해 경찰서로 호송한 과정 등에서도 인권을 침해하거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경찰은 체포 후 조사한 뒤 박 대표를 30시간 가량 구금한 뒤 석방했는데, 이는 현행범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지 않으면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고 했다.
정부는 호송 과정 등에서 생긴 불편이 장기간에 걸쳐 박 대표의 일상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미친 것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는 차별행위의 사유가 되는 '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작년 7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가로막아 운행을 방해하며 시위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가 이튿날 석방됐다. A씨도 함께 연행돼 조사받았다.
이후 박 대표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현행범 체포했고, 장애인 호송 전용차량 등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조사를 마친 후 불법 구금했다"며 소송을 냈다. 청구액은 박 대표 2천만원, A씨 1천만원이었다.
이날 선고 직후 박 대표는 취재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음에도 국가는 어떠한 감수성도 없이 관행대로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와 서울시가 경찰력의 과도한 행사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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