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급생인데 최대 1살 차이…빨리 입학하면 ADHD 진단율 높다"
    이세원 기자
    입력 2024.11.03 09:00

신간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생각지 못한 변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분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최근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다.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18세 아동의 약 9.4%가 ADHD 진단을 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ADHD는 부주의, 과잉 행동, 충동성 등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ADHD 진단을 받는 것은 교육 당국이 설정한 입학 기준일과 생일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65일 단위로 출생 시기를 구분해 입학시키면 같은 학년 학생들의 생물학적 연령이 최대 1년의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요소가 ADHD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경우 1년은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충분한 차이를 낳을 수 있는 시간이며, 같은 학년에서 생물학적 나이가 교사와 부모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어린 아동이 ADHD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하버드 의대 보건정책 교수이자 의사인 아누팜 B. 제나와 크리스토퍼 워샴은 최근 번역 출간된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어크로스)에서 이와 관련한 분석 결과를 소개한다.

책 표지 이미지
[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저자는 입학 기준일이 9월 1일인 주(州)에서 8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전년 9월에 태어나 동일 학년에서 가장 생물학적 나이가 높은 그룹보다 ADHD 진단 및 치료 비율이 34%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ADHD 치료에 관해서도 조사했더니 8월생 아이들이 처방받은 ADHD 치료제의 평균량은 9월생 아동들이 처방받은 평균량보다 120일 치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ADHD 치료에는 리탈린이나 애더럴(Adderall·아데랄) 같은 각성제가 처방되는데 이들 약물을 적절하게 쓰는 경우 과잉행동을 진정시키고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지만, 식욕을 억제하거나 정신장애와 수면장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책은 지적했다.

가설이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 7월 출생 그룹과 8월 출생 그룹 사이, 9월 출생 그룹과 10월 출생 그룹 사이의 ADHD 진단율을 각각 비교했더니 별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입학 기준일이 9월 1일이 아닌 주의 경우 8월생 아이들과 9월생 아이들 사이에서도 ADHD 진단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

책은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변수 혹은 우연이라는 요소가 사람들의 건강이나 보건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되면 더 빨리 늙느냐'는 의문에 대한 답변도 시도한다.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47세였던 버락 오바마는 머지않아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대통령직의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을 낳기도 했다.

국가 행정 수반이 되면 더 빨리 늙는지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들은 대통령(혹은 총리)의 생존 기간을 분석한다.

버락 오바마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선 당선자들의 생존 기간을 당선 당시 이들과 연령·성별이 같았던 사람들의 기대 여명(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과 비교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살핀다. 또 2위를 차지한 후보의 생존 기간을 역시 연령·성별이 같은 이들의 기대 여명과 비교해 차이를 파악한다.

그 결과 대통령이나 총리로 선출된 이들은 2위를 차지한 후보들보다 수명이 평균 2.7년 정도 짧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지도자가 되면 경쟁에서 패배한 이들보다 그만큼 빨리 노화된다는 의미다.

고현석 옮김. 424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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