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에 우대사항으로 '운전 가능자'를 명시하고 직원을 뽑은 회사가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공사업체 A사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 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을 지난 9월 기각했다고 3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A사가 직원에게 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A사는 지난해 무역업무 보조와 서류 관리 등을 담당하는 사무원으로 B씨를 고용했다. 당시 채용 공고는 우대사항으로 '운전 가능자'를 명시했다. 운전 면허증은 가지고 있으나 운전에 서툰 B씨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 채용 과정을 거쳐 입사했다. 하지만 A사 측은 3개월간의 수습 기간 중 B씨가 운전에 서툴렀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서면 통지 없이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B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위원회는 이를 인용해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이 또한 기각당했다. 노동위 결정에 불복한 A사는 결국 소송을 냈다.
A사는 "근로계약의 조건인 운전 능력이 성취되지 않았다"며 근로계약이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사측은 B씨의 '기망'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역시 A사의 해고는 부당해고가 맞다고 노동위와 동일하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용 공고에 '운전 가능자'가 기재돼 있기는 하나 운전 가능 여부는 우대사항에 불과할 뿐 근로계약의 조건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운전 숙련도가 요구되는 업무였다면 채용 공고에 이를 명시하거나 최소한 채용 이전에 그에 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B씨가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고, 채용 과정에서 초보 운전이라고 대답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법원은 그가 운전 가능자이며 회사를 속였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회사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 통보로 근로계약이 해지됐다"며 "구두로 해고 의사표시를 했을 뿐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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