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용 기자 =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으로 평가받던 때가 있었다. 온라인과 관련 단체의 누리집 등에 게시된 내용에 따르면 1960~70년대 한국은 필로폰을 주로 제조·수출하는 나라였고, 당시 국내선 크게 남용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1980년대 들어 필로폰 등이 연예계와 유흥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1990년 전후한 시점에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고, 그 결과 국내 거의 모든 필로폰 제조 조직을 적발해 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수년간이 국내에선 마약을 거의 찾기 힘든 이른바 '마약 진공시대'로 불린 시절이다.
2000년대 이후 마약청정국의 지위가 흔들릴 조짐이 가시화한 게 아닌가 싶다. 여러 요인이 꼽힌다. 글로벌 마약 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신종 마약의 등장에다 국제적 생산·유통 구조도 변화했다. 추적이 쉽지 않은 다크웹·텔레그램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마약대금도 코인으로 거래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이같은 국내외 마약조직의 암약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마약류는 의존성과 내성, 금단증상이 강한 특성을 지니며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악을 끼치는 약물로 정의된다. 국내 마약중독자 수가 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마약사범의 실제 규모가 이보다 훨씬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우리 일상 곳곳에 마약이 침투해 있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적발된 마약밀수 규모가 국경 단계에서 총 623건, 574㎏로 집계됐다. 이는 1천9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발 건수는 24%, 중량은 16% 증가했다. 적발 중량은 최근 수년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사회가 평가하는 마약청정국 지정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의 수에 주로 근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마약류 범죄로 검거되는 인원을 의미하는 마약류 범죄계수가 20을 넘지 않으면 마약청정국으로 분류되는데 국내 마약류 범죄계수는 2016년부터 매년 20을 웃돈다. 마약청정국의 위상을 잃어버린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경찰이 지난 1일부터 자동차·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 '마약운전' 특별단속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마약운전과 관련한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마약 간이 검사에는 운전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약 운전 단속과 관련한 법적인 정비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마약사범이 횡행하는 실태에 비춰보면 합법적 토대 위에 어떤 방식으로든 마약 척결을 위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할 판이다. 마약청정국 위상 회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될 일이다. 마약범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 수사 공조 등에서의 국제 협력 강화 등이 우선일 것이다. 마약의 폐해와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한층 제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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