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수송에 총력…지하철 집중 배차·택시업계 무료 운행도
관공서·기업·은행 출근·영업시간 조정…집회도 '침묵 모드'로
(전국종합=연합뉴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오는 14일 하루 전국이 수험생들의 시계에 맞춰진다.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항공기 운항이 통제되고 군사훈련이 중단되며 회사원들의 출근 시간은 뒤로 늦춰진다.
지하철은 입실 시간에 맞춰 집중 배차되고 일부 지역 택시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운행에 나서며 시험장 주변 버스는 운행 중 경적을 울리지 않고 열차는 서행하는 등 숨죽여 지원한다.
◇ 시험장 주변 버스·열차 서행, 공사장도 소음 자제…모두가 '쉿'
수능을 이틀 앞둔 12일 교육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수험생들이 입실 완료하는 오전 8시 10분부터 시작해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험이 끝나는 오후 5시 45분까지 이어진다.
수능이 진행되는 시간 수험생들이 외부 소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소음 관리가 이뤄진다.
전국 1천282개 시험장 주변을 지나는 버스와 열차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행하며 각 운송조합은 버스, 택시 운행 중 경적을 울리지 않도록 했다.
시험장 인근 지하철 시설물 검사와 공사는 일시 중지되고 행사장 소음도 최대한 자제하도록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한다.
특히 영어 듣기평가가 치러지는 오후 1시 5분부터 1시 40분까지 35분 동안 소음은 더욱 철저히 관리된다.
해당 시간 전국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전면 통제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 시간대 국제선 58편, 국내선 98편 등 156편의 항공기 운항 시간을 조정하고, 각 항공사는 항공편 변경에 대해 승객들에게 사전 안내하도록 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수능일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출발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시험 소음을 줄이기 위한 이번 조치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비상·긴급 항공기를 제외한 비행 중인 항공기는 고도 3㎞ 이상 상공에서 대기해야 하며 군·경 및 민간 헬리콥터 등의 이착륙도 제한된다.
포 사격, 전차 이동 등 소음을 유발하는 군사훈련은 잠시 중단된다.
◇ 대중교통 '수험생 수송' 집중 배차…출근시간 늦춰
서울시는 교통 혼잡으로 지각하는 수험생이 없도록 지하철 오전 집중 배차시간을 기존 종전 7시∼9시에서 오전 6시∼10시로 연장하고, 연장 시간대에 지하철을 31회 추가 운행하기로 했다.
시내·마을버스도 입실 시간과 시험 종료 후 귀가 시간을 고려해 오전 6시부터 8시 10분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최소 배차간격을 유지해 운행한다.
일부 지역 택시업계는 수험생들을 무료 수송한다.
경기 성남의 성남콜·카카오 법인 택시 500대는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까지 무료 수송하고, 남양주에서는 택시 97대가 정해진 18개 탑승 지점에서 무료 수송에 나선다. 강원 영월에서도 지역 택시업계가 무료 수송을 하기로 했다.
대전지역 수험생들은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전교통공사는 관내 1만5천462명의 수험생 가운데 도시철도 역세권 14개 학교에 6천216명이 응시할 것으로 보고 무료 수송과 함께 정시 운행, 비상대기 열차 2편성 운영 등 열차 운행 조정 계획을 마련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자체와 경찰이 비상 수송차량 배치 등이 담긴 특별교통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
시험장 주변 교통 혼잡을 위해 공무원, 회사원들의 출근 시간은 조정된다.
앞서 정부는 관공서, 기업체 등의 출근 시간을 수능 입실 시간 뒤인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하도록 협조 요청했으며 부산 등 일부 지자체는 관내 50인 이상 사업체 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늦추도록 했다.
은행도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문을 여닫기로 해 수능일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평소 오전 9시∼오후 4시)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시험 당일 아침 수험생들의 이동으로 교통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영업시간을 조정했다"며 "공항, 공단지역, 시장, 기관 등에 입점한 점포는 입지나 고객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섬지역 수험생엔 숙식 지원…집회는 구호 대신 침묵으로
수능 시험장이 없는 도서지역 수험생들은 일찌감치 육지로 나와 시험을 준비 중인 가운데 교육 당국은 이들의 숙식을 지원한다.
울릉도 울릉고 수험생 22명은 전날 여객선을 타고 6시간 30분을 이동해 경북 포항에 도착, 한 호텔에서 짧은 수험 생활을 하고 있다.
포항시내 시험장 3∼4곳에서 수능을 치를 예정인 이들의 뱃삯과 숙박비 등 1천400만원 전액은 경북도교육청이 부담한다.
대청·덕적·백령·연평도 등 서해 북단 섬 4곳의 수험생 35명도 지난 7일∼10일 인천으로 이동해 호텔에서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인솔 교사 5명과 함께 숙식을 지원받으며 호텔 인근 3개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
인솔자인 이지선 연평고 교사는 "수능까지 학생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수험생 지원에 동참한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편안을 두고 노사갈등과 혼란이 예상된다며 반대하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수능일 오전 9시 30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인근에서 조합원 200여명이 참가하는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다만 수능이 치러지는 점을 고려해 구호나 함성을 뺀 침묵 집회로 진행하기로 했다.
(김기훈 김도윤 김상연 김선형 김준호 신호경 여운창 오수희 이우성 이재현 임성호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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