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험 가입한 의사 의료사고 기소 면제' 대신 기소자문기구 신설(종합2보)
    권지현 기자
    입력 2024.11.14 17:57

의개특위 7차 회의…지역 종합병원·특화병원에 보상 강화

"여야의정 협의체와 별도로 전문적 논의 이어나갈것…의료계 참여해달라"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의료사고 기소를 면제해주는 의료인 대상 형사 특례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의료사고 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소모적 단계를 줄이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여기서 기소에 대해 수사기관에 자문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필수의료 기피 해소와 의료진 사법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적 보호는 강화하되 '중과실'은 명확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의료인이 종합보험 등에 가입하면 기소를 제한하는 당초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논의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금전적 보상으로 도의적인 형사 법률적 책임이 없어진다는 오해가 생길까봐 보험 가입에 따른 형사 특례 요건은 논의하지 않는 방향으로 재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과실 해당 여부와 기소에 대해 논의할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정부, 의료계, 환자·시민사회,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수사 초기부터 의료감정 결과를 토대로 필수 의료 여부와 중대 과실 유무를 판단하고, 의료사고 수사와 기소가 중과실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시한다.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료사고 감정을 강화할 예정이며, 심의위는 그 결론을 놓고 논의하는 기구"라며 "사고의 실체를 규명할 기회가 확충될 것이고, 환자가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권리 구제를 위해 기존에 나온 환자 대변인제와 의료감정 절차 개선은 계속 추진한다.

당사자 간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반의사불벌은 중상해를 포함해 의료행위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되 사망사고는 필수 의료분야로 한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의료계는 사망사고에 있어 형사 면책을 요구해 왔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 단장은 "망자의 의사를 누가 어떻게 대리할 수 있는지, 필수 의료에서의 어쩔 수 없는 악결과에 대해 의료사고 특화 형사체계가 필요한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의개특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이어 진료 역량을 갖춘 지역 종합병원과 특화·전문병원에 보상을 강화하는 '2차 의료 육성' 방안도 논의됐다.

2차 병원은 동네 의원(1차)과 대형병원인 상급종합병원(3차) 사이에서 의료전달체계 '허리' 역할을 하는 종합병원과 병원을 가리킨다.

이런 병원들이 초고난도 전 단계의 중증 환자를 진료하고 3차에서 회송된 환자를 재활·퇴원까지 관리하도록 키운다는 것이다.

기존 전문병원 유형을 목적·기능에 따라 재분류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도 강화한다. 뇌혈관, 화상, 심장, 아동 등과 같이 필요하지만 공급이나 수요가 부족한 분야엔 전폭적으로 보상한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1차 의료 기능도 강화한다.

지역의료 생태계 강화를 위해 3∼4개 권역에 각각 3년간 500억원을 투입해 지역의료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의개특위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데 현재 행위별 수가제가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고 진찰료 인상과 환자 교육·상담 수가를 어떻게 적용할지, 환자 상태에 따라 수가를 묶어서 주는 방안이 적합한지 등을 의료계와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1차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의개특위는 지난 11일 출범한 '여의정 협의체'와의 관계 논란에 대해 "협의체는 출범하더라도 특위는 특위대로 전문적 논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협의체는 당장의 비상 상황에 대해 어떻게 갈등 해소할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행할지는 특위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협의체 참여 단체 등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특위에도 참여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의개특위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자리를 비워놨지만, 이들은 아직 불참 상태다.

특위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내달 제8차 회의에서 지역·필수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비급여·실손 개선방안 등 개혁과제별 구체적 실행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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