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수학·영어영역 난이도에 대해 EBS는 세 과목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고 분석했다. 입시업계도 대체로 지난해 수능보다 쉽고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고 평가했지만, 이번 수능에 'N수생(졸업생 이상)' 응시생이 최대 규모인 만큼 최상위권 성적을 가르는 변별력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5학년도 수능 출제 경향 분석 브리핑'에서 윤윤구 한양대 사범대 부속고 교사는 이번 수능 총평에 대해 "2025학년도 수능은 전체 영역에서 2024학년도 수능보다 쉽게 출제됐고, 6월과 9월 모평을 통해서 확인한 수험생들의 준비 상태 등을 반영해서 적절한 난이도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문항들을 배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교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하는 개념과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항들로 수학 능력 측정이라고 하는 수능 본연의 목적을 목적에 부합하게 출제됐고, 소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라고 이야기하는 문항들을 배제해서 공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로학원은 이날 "최상위권 의대 경쟁력 확보에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정도의 수준으로 출제됐다"며 "특히 국어, 수학에서 1등급 구간대 학생들 동점자 속출과 국어, 수학에서 만점을 맞고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점수로 고득점을 받더라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투스에듀는 "탐구 부분의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일정한 변별력을 확보하는 수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어, 수학 모두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 후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로, 결코 쉽기만한 시험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어 역시 9월 모평보다 약간 어려웠기 때문에 1등급 인원이 10%를 훌쩍 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성학원도 "전체적으로 작년 수능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됐지만,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서 전체적으로 충분히 변별력이 있는 시험"이라고 했다. 다만 "국어가 쉽게 출제돼 수학이 입시전략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교시 국어영역 문제를 분석한 EBS 현장 교사단 소속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한 독해력 및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출제 방향에 따라 올해 9월 모평의 출제 경향을 유지했다"며 "전체적인 난이도는 작년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수능 국어영역은 ‘불수능’으로 평가되지만, 올해 9월 모평은 쉬웠다는 평이 많았다.
이어 "지문의 정보량이 적정하고 교과서를 통해 학습한 수준의 지문이 출제됐다"며 "소위 ‘킬러문항’은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국어 영역의 EBS 연계율은 51.1%(23문항)로 출제됐다. 한 교사는 "연계율과 연계 방식을 유지하며 체감 연계도는 높인다는 출제 방향에 따라 특히 문학에서 수험생이 느낄 체감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문학에서 현대시, 고전시가는 작품 전문이 그대로 출제됐고 고전소설은 지문 대부분이 EBS 수능 연계교재 수록 장면과 일치한다"고 했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는 독서 영역의 7번, 13번 문항과 문학 27번 문항, 화법과작문 45번 문항, 언어와매체 39번 문항이 꼽혔다. 한 교사는 "7번 문항은 (가)에 제시된 ‘박은식’과 (나)에 언급된 ‘신문화 운동의 지식인들’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고 서양 과학 및 기술 수용에 대한 세부적인 입장을 이해하며 비교 대조해야 해 변별력이 있는 문항"이라고 언급했다.
쉬웠다는 평이 다수였던 지난 9월 모평과 비슷한 난이도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교사는 "변별력 확보는 최상위권뿐 아니라 상, 중, 하위권을 고루 변별하는 의미가 중요하게 내포돼 있다"며 "이번 시험에도 상위권을 변별하는 문항이 충분히 출제됐다고 분석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 교사는 "9월 모의평가와 이번 수능은 근접 시험이기는 하지만 모집단이 달라 결과가 똑같다고 예측할 수는 없는데, 그럼에도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일정 정도 따르고 있어서 그와 비슷한 수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9월 모평 이후 학생들의 준비도를 고려해 세부적인 난이도 조정이 선지상에서 분석됐다"고 풀이했다.
입시업계는 지난해 수능보단 쉽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하거나 더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학과 언어와 매체 영역에서 그동안 자주 출제되지 않았던 낯선 문항이 등장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종로학원은 이날 분석자료를 통해 "지난해 매우 어려웠던 본수능 수준보다 다소 쉬워졌지만, 기본적 변별력 확보는 가능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며 "일반적인 상황으로 볼 때 쉬운 국어로 평가할 순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문학 영역 시, 소설 등에서 EBS(한국교육방송공사) 문항과 연계되지 않은 생소한 작품들이 출제돼 생소하게 느꼈을 수 있다"며 "언어와 매체의 문법 문제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150점을 기록하며 역대 가장 어려웠던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지난 9월 모평 표준점수 최고점은 129점으로, 2022학년도 9월 모평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 9월 모평과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진단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킬러문항 배제 원칙에 따라 특별히 어려운 문항은 출제되지 않았으며, 사고력과 독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습을 한 학생들의 경우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을 문항들로 구성된 시험"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독서 영역에 대해 "보기의 형태가 낯설어 수험생 입장에서는 당황했을 수 있다"며, 언어와 매체 영역에서도 43번, 45번 문항 풀이에 다소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봤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영역이 지난해 수능보다 확연히 쉽게 출제됐다고 EBS는 분석했다.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뒤 처음으로 시행됐던 지난 수능에서 22번 문항에 대한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던 반면, 이번 수능에서는 계산이 훨씬 수월한 문항이 출제됐다는 설명이다.
2교시 수학영역 문제를 분석한 EBS 현장 교사단 소속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종합적 사고력이 필요한 부분의 일부 문항들은 다소 까다롭게 느끼는 수험생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작년 수능보다 확실히 쉽게 출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심 교사는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이 고루 출제됐다"며 "그러면서도 공교육 내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의 문항이라든지 지나친 계산을 요구하는 문항, 또는 불필요한 개념으로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문항 등 소위 ‘킬러 문항’은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었던 9월 모의평가와는 ‘체감 난이도’를 맞췄다는 평가다. 심 교사는 "일반적으로 9월 모의평가와 수능을 같은 수준으로 출제하게 되면 2개월 동안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성적이 올라간다. 학생들이 9월과 같은 체감 연계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수능의 첫 목표가 될 것"이라며 "작년 수능보다는 9월 모평 (난이도) 쪽에 가까운 (이번) 수능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 올해 9월 모평에서는 136점이다.
EBS는 변별력을 갖춘 문항으로 수학Ⅰ에서 수열의 귀납적 정의와 관련이 있는 22번 문항, 수학Ⅱ에서는 함수의 극한값을 물은 21번 문항, 확률과 통계에서는 정규 분포의 뜻과 성질을 물은 29번 문항, 미적분에서는 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추론하는 30번 문항, 기하에서는 벡터의 내적을 이용하는 30번 문항을 꼽았다.
EBS 교재와의 연계율은 50%로, 공통과목인 수학Ⅰ과 수학Ⅱ에서 11문항,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에서는 각각 4문항씩 연계됐다. 심 교사는 "수학에서의 연계는 개념 원리의 활용, 문항의 변형 자료 상황에 활용인데, 수학 Ⅰ에서 변별력이 높았던 문항이 모두 (EBS 교재와) 연계됐다는 점, 문제 풀이의 알고리즘이 매우 유사한 문항들도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수험생들이 ‘킬러 문항’으로 느낄 정도로 어려워했던 22번 문항과 유사한 난이도의 문항이 있냐는 질문에 심 교사는 "지난해 22번과 같은 문항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22번 문항의 경우 계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분수가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방정식 통분도 해야 하는 등 과정을 어렵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그런데 올해 15번 문항은 처음부터 제시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함수 계수가 모두 정수로 주어져 계산이 간단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22번 문항이 ‘킬러 문항’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심 교사는 "(22번 문항은) 계산량이 너무 많다든지, 함수를 추론하는 과정이 복잡하거나 사교육에서의 스킬을 사용하면 시간이 단축되는 그런 문항과는 차이가 있다"며 "22번은 결코 킬러가 아니다"라고 했다.
입시업계는 지난해 수능보다 쉽고,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공통과목은 쉽게 출제됐으나 선택과목 별로 난이도 격차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종로학원은 분석자료를 통해 "공통과목이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돼 지난해 수준보다는 전체적인 난이도가 다소 쉽게 출제됐다"며 "기본적인 변별력은 유지되나 의과대학 등의 최상위권 변별력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택과목 중 미적분, 기하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어려웠던 문제로는 공통과목 20번(지수함수), 선택과목 중에선 미적분 30번, 기하 28번, 확률과 통계 30번을 꼽았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이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EBS(한국교육방송공사)는 분석했다. 1등급 비율은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3교시 영어영역을 분석한 EBS 소속의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올해 수능 영어영역은 지문과 선택지의 정확한 해석을 요하는 문항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며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됐으며 공교육 중심의 출제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절대평가인 수능 영어영역은 지난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적용 후 난이도가 오르락내리락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90점 이상) 비율은 4.71%였다. 이후 지난 6월 모평에서는 1.47%만이 1등급을 받아 절대평가가 시행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9월 모평에서는 다시 10.94%로, 지난해 수능의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번 시험의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지만, 9월 모평보다는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봤다. 김 교사는 "6,9월 모평 사이에 1등급 비율 등락 폭이 많이 있었다"며 "9월 모평보다는 시간 안배가 조금 더 필요한 문제가 여러개 출제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킬러문항은 배제된 것으로 평가했다. 김 교사는 "독해력, 종합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질문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고 선택지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답을 찾을 수 있는 문항별로 다수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변별력이 있는 문항으로는 33번, 34번, 37번, 39번 문항을 꼽았다. EBS 연계율은 55.6%(25문항)이었다.
입시업계는 대체로 지난 수능보다 쉽다고 분석했다. 난도가 낮다는 평이 많았던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투스에듀는 분석자료를 통해 "영어영역이 작년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쉽고 9월 모평보다는 조금 어렵다"고 밝혔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의 지난해 수능 1등급 비율은 4.71%, 올해 6월 모평에서는 1.47%, 9월 모평 10.94%로 각각 상이했다.
다만 종로학원은 영어영역이 "지난해 수능과 비교 시 (난이도가) 비슷하게 출제됐다"며 "전반적으로 지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출제돼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소요 시간도 많이 걸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영어가 절대평가이지만,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와 비슷하게 출제돼 영어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험생들이 어려워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항으로 입시업계는 함축 의미 유형의 21번 문항, 빈칸추론 33번 문항, 글의 순서를 배열하는 37번 문항, 문장 삽입 유형의 38번 문항 등을 꼽았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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