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요즘 기업 사건의 80%는 남부지검에서 처리하는 것 같다”는 어느 형사 변호사의 말처럼, 서울남부지검이 주요 기업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을 비롯해 LG복지재단 구연경 이사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의혹까지 본격 수사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 압수수색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1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에 걸쳐 압수수색을 한 뒤 5차 압수수색을 한 것. 올해 초 배당받은 사건의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만 콜을 몰아주고, 경쟁사 가맹 택시에는 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쟁사를 배제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콜 몰아주기 혐의로 271억 원을, 지난달 콜 차단 혐의로 724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압수수색에는 카카오 본사도 포함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혐의와 본사와의 연결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사건을 맡은 장대규 부장검사는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사건에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 수사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15일 보석 석방된 뒤 처음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며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7월 23일 구속됐다가 지난달 31일 보석 석방됐다.
검찰은 6일 김 위원장의 보석 허가 결정에 대해 항고한 상태다. 검찰은 항고 취지로 △중형 선고가 예상돼 도망 염려가 있다는 점 △증인신문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진술 회유 등의 증거인멸 개연성이 있다는 점 △구속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고, 구속 후 사정변경 없이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석방된 점 등을 들었다.
구연경 이사장 압수물 분석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공준혁 부장검사)는 구연경 LG복지재단 이사장과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30일 구 대표의 자택과 LG복지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구 대표 부부 측은 법무법인 율우를 선임해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율우는 LG그룹 상속재산 분쟁에서도 원고인 구 대표와 김영식 여사, 구연수 씨를 대리하고 있다.
이 사건은 구 대표가 지난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바이오업체 ‘메지온’ 주식 3만 주를 취득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시작됐다. 지난해 4월 이 업체는 윤 대표가 재직하는 BRV 캐피탈 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억 원을 투자받았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일 이 의혹을 검찰에 통보했고, 시민단체도 관련 고발장을 검찰에 냈다.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우리은행 성모 전 부행장을 구속하면서 손 전 회장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9월 24일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손 전 회장 등 당시 경영진이 350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손 전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도 살피고 있다. 앞서 검찰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금융감독원 조사를 넘겨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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