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류광진·류화현 대표…"그분 지시" 구영배 지목도…피해자들 구속 촉구 농성
"멈추면 파산"·쥐어짜면 돈 나온다"…검찰 "'돌려막기 운영' 빈사 상태서 자금 착취"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권희원 기자 = 대규모 미정산 피해를 빚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모회사인 큐텐 구영배 대표와 티몬 류광진 대표, 위메프 류화현 대표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8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구 대표와 류광진·류화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차례로 열었다.
구 대표는 법원에 출석하면서 "피해를 입은 고객, 판매자, 그리고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이번 사태에 제 책임을 분명히 통감하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불구속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심사를 마친 뒤 '미정산 사태에 대비해 (티몬 계좌에 있는) 250억원을 다른 데로 옮기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 '티몬·위메프·인터파크로부터 (선급금·대여금 형식으로) 1천억을 끌어와 큐텐의 정산 지연 등을 막는 데 쓴 게 맞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지 않다"며 "재판에서 상세히 소명했다"고만 답했다.
류광진 대표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원으로 향했다.
류화현 대표는 "100번 말씀드려도 부족하겠지만 죄송하고 사죄한다"며 "회생 (절차를) 완주해서 어떻게든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혐의와 관련해선 "주간 회의나 통화나 모든 것에서 다 그분(구영배 대표)이 지시한 대로 운영했다"며 "부끄러운 얘기지만 일하는 방식 자체가 그랬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선 "제가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맞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는 이들과 공모해 1조5천950억원 상당의 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총 72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인수대금 등으로 3개사 자금 총 799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세 사람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지난달 10일 모두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사기의 고의성을 더 명확히 입증하고 티몬·위메프가 정상적인 이커머스 기업처럼 운영되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본 점 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보완 수사한 뒤 영장을 재청구했다.
인터파크커머스 관련 혐의도 추가해 배임·횡령 혐의액이 각각 28억원, 128억원 늘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처음부터 보유 현금을 착취할 목적으로 티몬·위메프 등을 별다른 자본 없이 인수했고, 돌려막기식 운영으로 이들 회사를 '빈사 상태'로 유지하면서 선급금, 대여금, 경영 컨설팅 비용 등을 명목으로 자금을 '착취'했다고 봤다. 티몬과 위메프를 큐텐의 손실을 메우는 도구로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관련자들은 '인터파크를 활용해 뽑아낼 수 있는 금액이 500억원이다'(구 대표), '인터파크 인수는 돈 때문에 하는 것이다'·'티몬처럼 쥐어짜면 돈이 좀 나온다'(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 '쇼핑판의 옐로모바일이냐, 이거 멈추면 바로 파산이다'(류화현 대표) 등의 발언을 주변에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 대표 등은 티몬·위메프가 언제든 정산 대금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배임·횡령을 저지르고 역마진 상품권·가전 판매 등을 통해 매출을 무리하게 키운 만큼 이번 미정산 사태의 본질을 '사기'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에는 대금 미정산으로 티몬 계좌가 정지되는 상황에 대비해 인터파크 정산예정금 250억원을 다른 법인 계좌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정산 불능 사태에 구체적으로 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구 대표 등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판매자들의 자전거래성 기업간거래(B2B) 거래를 독려하고, 여러 판매·구매업체와 가격 등을 사전에 협의한 뒤 대량 매매를 성사시키는 '기차태우기' 거래를 활용한 정황 등도 영장에 담았다.
검찰은 대부분 중소 상공인인 피해자들이 사업 부도·가정 파괴 등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는 점, 궁극적으로는 손해가 예상되는 데도 외연 확장을 위해 '위시' 인수를 추진한 점 등도 구속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검찰은 영장에서 "구 대표 등은 허위 신고·은폐 등의 방법으로 오픈마켓의 정산대금을 사유화해 나스닥 상장이란 일확천금을 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위험을 모두 플랫폼을 이용하는 셀러, 구매자들에게 전가했다"고 강조했다.
또 정산 불능 사태로 피해자 약 33만명, 피해액 합계 1조5천95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으나 어떠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구 대표 등 경영진은 형사 책임을 면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 대표 등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매출을 늘리려는 것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일반적인 특성이며 사기의 고의가 없었고, 나스닥 상장 성공 시 투자 유치로 경영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류광진 대표 등은 문제가 된 의사결정은 대부분 구 대표가 내린 것으로 공모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자들은 전날 오후부터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철야 농성을 벌였다.
신정권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일부 피해자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해 피해자 의견을 진술하기도 했다.
moment@yna.co.kr,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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