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상만사]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최재석 기자
    입력 2024.11.19 13:07
서울의 한 마을버스 정류장 안내판[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기자 = 서울 성북동 한양도성 언덕에 있는 '북정마을'은 서울의 몇 안 남은 오래된 달동네 중의 하나다. 성북문화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는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공기 때문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이 동네에 많이 살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과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무너진 도성 성곽 아래 판자촌을 이루어 살면서 마을이 커졌다. 김광섭 시인의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마을에 가려면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에서 마을버스 성북 03번을 타면 된다. 이 마을버스에 오르면 간송미술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살림집 심우장 등 역사 문화예술 명소를 들를 수 있을뿐더러 서울 역사가 담긴 풍광도 볼 수 있다.

'인제군 하늘내린 마을버스'
[인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이 닿지 않는 지역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운행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특히 고지대나 외진 마을 주민에게는 외부 세계와 연결해주는 유일한 수단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버스는 지역사회에서 이동 수단의 의미를 넘어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버스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움직이는 마을회관'이라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을버스가 계속 줄고 있다. 운전기사가 모자라 버스 운행을 100% 못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시 마을버스 기사 부족 인원이 약 600명이라고 한다. 전체 적정 인원의 약 17% 수준이다.

서울시가 만성적인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을 마을버스 기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내놓아 눈길이 간다. 현재 제조업이나 농어업 등의 분야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받는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업계에서 관련 요구가 있었지만 서울시가 이를 처음 공론화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 관리사 도입 시범사업이 적잖은 잡음을 야기한 만큼 이번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고용 허가업무를 보는 외국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업종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가사 관리사에 이어 마을버스 기사까지 외국인 대체인력 논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진통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도입 추진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선 버스 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마을버스는 저소득층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시내버스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 운용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 매번 '외국인 노동자'라는 손쉬운 선택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아닌가.

bondong@yna.co.kr

    #해주
    #서울
    #세상만사
    #버스
    #사회
    #기사
    #마을
    #마을버스
    #운전기사
    #외국인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
사회 주요뉴스
  • 1
  • 동작구, 아파트에 '전기차 화재징후 감지' 열화상카메라 지원
  • 동작구, 아파트에 '전기차 화재징후 감지' 열화상카메라 지원
  • 2
  • 15년 경과 리모델링 대상 총 460개 단지…허가 총량 ↑
  • 15년 경과 리모델링 대상 총 460개 단지…허가 총량 ↑
  • 3
  • 경기의회 의정홍보委, 내년 '도의회 소식지 1월호' 확정
  • 경기의회 의정홍보委, 내년 '도의회 소식지 1월호' 확정
  • 4
  • 의정부시평생학습원, ‘성인학습 진로상담가’ 양성과정 개강
  • 의정부시평생학습원, ‘성인학습 진로상담가’ 양성과정 개강
  • 5
  • 남양주시, 시민과 함께하는 사계절 정원 ‘플라워 가든’ 추진
  • 남양주시, 시민과 함께하는 사계절 정원 ‘플라워 가든’ 추진
  • 6
  • 서울고속도로㈜, 남양주시 취약계층 후원금 500만원 전달
  • 서울고속도로㈜, 남양주시 취약계층 후원금 500만원 전달
  • 7
  • 구로구 '365열린 어린이집' 운영…"24시간 긴급 돌봄서비스"
  • 구로구 '365열린 어린이집' 운영…"24시간 긴급 돌봄서비스"
  • 8
  • 수원남부소방서, 21일 신규 의용소방대원 임명식·직무교육
  • 수원남부소방서, 21일 신규 의용소방대원 임명식·직무교육
  • 9
  • "박정훈 대령은 무죄" 탄원, 하루도 안 돼 1만5000명 서명
  • "박정훈 대령은 무죄" 탄원, 하루도 안 돼 1만5000명 서명
  • 10
  • 서울 '사립초 지원 제한' 이후 경쟁률 하락…내년 입학 경쟁률 7.5대 1
  • 서울 '사립초 지원 제한' 이후 경쟁률 하락…내년 입학 경쟁률 7.5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