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항상 1등이 돼야 하는 게 프로의 세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패로 성장할 수 있었다."
e스포츠의 '전설'로 추앙받는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가 20일 외교부 주최로 진행된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페이커는 글로벌 최고의 e스포츠 선수 반열에 오르기까지 자신의 성장기를 풀어내며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된 연단에 선 페이커는 청중 앞 연설을 처음 해 본다며 "살면서 제일 떨리는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별도의 연설문 없이 준비한 연설을 이어갔다.
페이커는 별다른 우승을 거두지 못한 '공백의 7년' 동안 "많은 실패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실패한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실패 하나하나 모여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실패가 작은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가장 큰 배움이었고 더 큰 동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고 없는 연설을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건 작은 성공이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도전정신을 많이 배웠다. 청년분들도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그는 승패, 성공 여부는 노력만큼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페이커는 "내가 항상 간직할 수 있는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됐으면 성공이고 준비 열심히 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움과 성장에서 '겸손'을 중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혐오와 차별을 봤을 때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라며 "본인 가치관이 시대적으로 항상 옳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가진 게 항상 옳지 않고 정당이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인생이 짧다고 생각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거 하시고, 열정을 갖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마무리했다.
페이커는 국제적인 인기를 끄는 팀 대전 게임 LoL(롤)의 e스포츠 선수다. 2013년 프로로 데뷔한 이후 11년째 프로팀 T1의 미드 라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데뷔 첫해에 이어 2015년, 2016년 국제대회 월드 챔피언십인 일명 '롤드컵'에서 내리 우승했다. 이후 7년간 우승을 거두지 못하는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지난해 다시 '왕좌'로 복귀했다.
페이커는 선수 생명이 짧은 종목으로 알려진 e스포츠에서 현역으로 오래 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철저한 자기 관리와 평소 모범적인 언행, 행실로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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