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생후 18개월 영아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응급 상황이 벌어졌으나 서울의 병원 15곳이 수용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2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시 47분경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군(1)이 어머니 양모씨(36)와 함께 걷던 중 '차량 통행금지'라 적혀 있는 철제 입간판에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이군의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입간판에 끼여 손가락 2개가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양씨는 즉각 119에 신고했고, 구조대가 5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했으나 구급차는 출발하지 못했다. 서울에 있는 총 15곳의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이군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수용을 거부한 병원 중 상급종합병원은 한양대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4곳이었다. 한양대병원은 "정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서울대병원은 "손가락 접합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환자의 나이가 너무 어려 안 된다"고 말했으며 고려대안암병원도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병원들이었다. "마취약을 세게 넣으면 위장에 있던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를 막을 수 있다"며 거절한 병원도 존재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매체 측에 "아이의 출혈이 심해 쇼크 직전이었다"며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라 거리가 먼 지방 병원은 고려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 상급병원은 물론 수도권에 위치한 접합병원 대부분이 수용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양씨 역시 "'응급실 뺑뺑이'는 뉴스에서만 봐왔는데 직접 겪어보니 심각했다"면서 "다급한 상황에 구급대원과 함께 연락을 돌리며 수용이 가능 여부를 직접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군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뉴스타트병원에 도착해 수술 준비를 거친 후, 오후 9시경 접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라 위급 상황을 맞은 환자들이 수용을 거부당하는 '뺑뺑이'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충북 청주에서는 소아당뇨를 앓는 8세 환자가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인천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